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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위험한 유혹
2002-11-12

■ Story

벤 크로닌(제시 브래드퍼드)은 고등학교 수영선수다. 수영실력이 뛰어나 졸업을 앞두고 스탠퍼드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 동기생이자 애인인 에이미(셔리 애플비)는 벤과 동거하기 위해 스탠퍼드대학과 가까운 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한다. 벤에겐 모든 여건이 장밋빛이다. 그러나 매디슨 벨(에리카 크리스텐슨)이 전학오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매디슨은 묘한 매력을 풍기며 벤에게 접근해오고, 벤은 자신이 애인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세게 내치지 못한 채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이후로 매디슨은 벤에게 더 무섭게 다가선다.

■ Review

<위험한 유혹>은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의 87년작 <위험한 정사>의 리메이크이다. <위험한 정사>처럼 전형적인 팜므파탈(요부)이 등장하는 스릴러다. 다만 인물들의 연령대를 10대 후반으로 바꿨을 따름이다. 히트한 성인들의 치정극을 10대들의 이야기로 바꾼다는 발상은 신선하다. 어차피 사랑은 유치한 것. 욕망, 질투, 집착 등 사랑을 둘러싼 여러 감정들이 좀더 명쾌하고 단순해질 수 있다. 또 10대의 감정을 어른의 그것과 동일하게 봐주는 건, 그 10대의 행동이 사악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더라도 공평하고 민주적이다.

<위험한 유혹>의 10대들이 느끼는 갈등도 <위험한 정사>의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벤은 매디슨에게 끌리지만, 나름대로는 거부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생각한다. 육체적 관계를 맺은 건 어디까지나 매디슨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매디슨이 사랑을, 순정을 내세우며 다가올 때 당당하게 내치지 못한다. 벤이 엉거주춤하는 잠깐 동안 매디슨의 집착은 무섭게 진도를 나간다. 벤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순간, 매디슨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한다.

이런 영화가 으레 그렇듯 매디슨은 보통 사람의 행동반경을 넘어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매디슨의 사이코 같은 기운을 처음부터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심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단, 매디슨이 왜 그렇게 됐는지 과거사를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건 큰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위험한 유혹>의 문제는 벤은 선, 매디슨은 악으로 너무 일찍부터 획이 그어진다는 데 있다. 아무래도 치정극을 10대의 이야기로 끌어내리려면 별도의 세심한 준비가 있어야 했던 것 같다. 10대들에겐 결혼, 가정이라는 제도가 욕망의 굴레로 작용하기 힘들다. 벤은 <위험한 정사>의 마이클 더글러스 같은 유부남이 아니다. 욕망과 제도와의 긴장이 없는 상태에서 사랑싸움은 가능하겠지만 치정극은 쉽지 않다.

결국 벤은 애인에 대한 정절을 지키려는 선한 쪽, 매디슨은 정절없이 상대를 소유하려는 그릇된 쪽으로 나뉜다. 피할 수 없는 욕정으로 인한 격렬한 섹스신도 나오지 않는다. 평이하게 공식을 좇아가는, 캐릭터도 공식적인 영화에 머문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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