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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2002-12-03

■ Story

금숙(공효진)과 은희(조은지)는 여고 동기다. 은희가 길에서 남자 불량배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 태권부 선수인 금숙이 구해준 뒤로 둘은 친해져 애인 사이로까지 나아간다. 그런데 은희는 철이 없다. 나이트클럽에서 남자들의 유혹에 덥석 응하려 하고, 화가 난 금숙이 남자들과 싸워 교도소에 간다. 그동안 은희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를 낳았고, 이 아이가 불치병에 걸리자 금숙은 치료비를 위해 돈을 훔치다가 또 교도소에 간다. 금숙이 두 번째 교도소에 간 사이 은희는 코미디언 오두찬(최광일)과 결혼한다.금숙이 출소해 은희와 다시 만나고, 마침내 둘의 성관계 현장을 두찬에게 들킨다.

■ Review

이상한 형태의 가정들. 여자들끼리 살고(<안토니아스 라인>),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와 살고(<내가 사랑한 사람>), 혼자 살고(<어바웃 어 보이>)…. 이들을 손가락질하지 않고 다가가서 사연을 살피고 보듬는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미덕이 있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도 이상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다. 한 부부와 부인의 애인인 여자, 그러니까 이성애자와 양성애자와 동성애자, 셋의 조합이다.

‘철없는 아내’ 은희는 탤런트가 되겠다고 유방확대수술을 시도하고, 아무 남자와 어울리다가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고, 오두찬과 결혼한 뒤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두찬에게 “탤런트 시켜달라”고 조르기만 한다. 두찬은 잘 나가는 코미디언인데 은희를 만나 돈 벌어다주기 바쁘고 막상 집에서는 밥 한끼 제대로 못 얻어먹는 ‘파란만장한 남편’ 신세다. ‘태권소녀’ 금숙은 은희를 위해 두번이나 철창신세를 지고도, 은희를 사랑하는 헌신적인 동성애자이다.

셋이 함께 사는 건 이념이나 취향을 좇은 결과가 아니다. 은희와 금숙의 성관계를 목격한 두찬이 둘과 다투다가 일이 꼬여, 금숙이 두찬의 아이를 배게 됐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성관계, 법적 부부관계, 아이의 부모관계의 단추가 하나씩 엇갈려 끼워진 탓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산다. 셋 다 어수룩하고 나약해서 그 풍경이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은희라는 평생 철 안 드는 인물로 인해 나머지 둘의 인생까지 코미디가 돼버리는 세상살이의 한 진풍경일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안돼 보이는 페이소스를 길어낼 여러 갈래의 수원을 지니고 있다.

답답한 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영화는 30년 뒤 달나라로 이주해간 제3자의 회고담을 통해 이 셋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엉뚱한 형식을 취한다. 그 희화화가 부적절하고 안이해 보인다. 무거워 보이는 이야기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일지 모르지만, 휘발되는 건 드라마의 긴장과 여운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기까지 지리한 시간이 오래 흐르고, 윤곽이 드러난 뒤에는 과장된 성적 농담이 너무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 임범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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