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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 2
2001-06-12

<미이라 2>

■ STORY 기원전 3067년. 파라오에게 도전했다가 패퇴한 스콜피온 킹(더 록)은 죽음의 신 아누비스와 영혼을 건 계약을 맺고 복수에 성공하는 대신 암흑에

결박된다. 5천년이 흐른 1933년. 9년 전 모험 이후 결혼한 릭(브렌단 프레이저)과 에블린(레이첼 와이즈)은 탐사중 스콜피온 킹의 팔찌를

손에 넣는다. 한편 부활에 실패했던 이모텝(아돌프 보슬루)을 깨우고 스콜피온 킹과 대결시켜 아누비스 군대를 수하에 두게 하려는 이모텝의 신도들은

팔찌를 찾아 릭과 에블린의 런던 집을 습격하고 아들 알렉스를 납치한다. 릭 부부 일행은 알렉스를 살리고 종말을 막기 위해 이집트로 떠나고 그

여정에서 에블린은 전생을 기억해낸다.

■ Review

내세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육신도 보존돼야 할 거라 믿고 고대 이집트인들이 착안한 발명품이 바로 미이라임을 되짚어보면, <미이라2>만큼

스스로 선택한 제재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한 영화도 찾기 힘들 것이다. <미이라2>를 지배하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활 또는 ‘재활용’이기 때문이다. 감독 스티븐 소머즈를 위시해 전편의 촬영, 편집, 미술 스탭이 모두 재소집돼 만들어낸 <미이라2>는

초여름의 슬리퍼히트(세계 박스오피스 4억1400만달러)를 기록했던 전편의 캐릭터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건 아랑곳 않고 죄다 불러모은다.

그리고 그 주인공 중 한명은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나며, 악역인 이모텝과 아낙 수 나문은 1,2편에 걸쳐 세번 죽는 수난까지 겪는다.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액션과 에피소드, 캐릭터와 농담도 전편과 일일이 요철을 맞추는 모범생 기질을 발휘한다. 전편의 고대 치정극은 2편에서

다른 시점으로 반복되고 릭과 에블린의 아들 알렉스는 처녀 시절 엄마가 책장을 넘어뜨린 모양 그대로 사원 돌기둥으로 도미노 게임을 벌이며, 미워할

수 없는 기회주의자 조나단은 변함없이 가는 곳마다 금세 들통날 허풍을 떤다. 한편 아들 알렉스의 등장은 세대에 걸쳐 반복, 유전되는 모험담의

‘네버 엔딩 스토리’적 속성을 강조한다. 인디애나 존스가 결국 아버지를 모험에 끌어들였듯이. 2편에서도 살 파먹는 풍뎅이 떼는 여전히 번성하고,

이모텝은 모래 대신 물 가면을 뒤집어쓰고 노호한다. <쥬라기 공원2>의 꼬마 공룡을 닮은 꼬마 미이라 떼의 수풀 습격, <와호장룡>의

장쯔이와 양자경처럼 무기를 바꿔가며 결투하는 아낙 수 나문과 에블린, <이집트 왕자>의 갈라진 홍해를 연상시키는 물의 절벽, 달을

배경으로 나는 비행선의 낯익은 실루엣, 날아오는 칼을 잡고 벽과 천장을 타는 무중력 액션 등등 보는 동안 머리를 스쳐가는 과거 영화도 숱하게

많아 세어보는 재미도 시들해질 지경이다. 그러나 전편 <미이라> 또한 태생이 과거 할리우드 모험물과 루카스-스필버그 조의 처방을

꼼꼼히 답습한 영화였음에 생각이 미치면, 이런 식의 ‘있다 없다’ 게임은 부질없는 유희일 뿐이다.

해묵은 어드벤처 내러티브와 재미가 검증된 액션 시퀀스들의 다이제스트판 같은 <미이라2>는 동일한 차림표의 상을 훨씬 푸짐하고 떡

벌어지게 차려내는 방식으로 손님을 접대한다. 지옥에서 살아난 적은 전편보다 더 살벌하고, 군중신에 동원된 병사의 머릿수는 더 많으며, 전투

시퀀스는 더 길다. 이 부분에 있어서 컴퓨터그래픽으로 전신 마사지를 받다시피한 <미이라2>는 이집트학보다 조지 루카스의 ILM(Industrial

Light & Magic)에 더 큰 빚을 지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혹시 장르를 애니메이션으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에 잠시 심각해질 정도. 스콜피온 킹과 이모텝과 릭, 아누비스의 병사들과 아데스의 군대, 에블린과 아낙 수 나문 등이 태그 매치를

벌이는 최후의 결전은 마치 스포츠경기의 플레이오프전을 다원 생중계로 보는 것 같은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서비스정신도 투철하다. 시시콜콜 액션을

참견하며 액센트를 넣는 앨런 실베스트리의 음악과 스포츠음료 광고처럼 클로즈업과 느린 화면으로 놓치지 말 부분을 짚어주는 카메라는 관객의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미이라2>가 내세우는 신무기는 1편에 비해 몰라보게 향상된 주인공들의 전투력, 3D 게임기처럼 홀로그램 영상을

투사하는 팔찌, 그리고 인기 정상의 프로레슬러 더 록을 캐스팅한 반인반수의 스콜피온. 그러나 바이킹도 한 시간쯤 타면 졸린 법이다. 전편에

비해 아기자기한 액션의 재미는 대체로 반감된 속편에서 가장 솔깃한 시퀀스는 이집트의 장대한 유적지를 벗어나 따분한 런던 거리에서 벌어지는 2층

버스의 오밀조밀한 액션장면이다.

‘롤러코스터 같은’이라는 표현은 상투어가 된 지 오래지만 <미이라2>는 그야말로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놀이동산 같은

영화다. 동굴에서 장애물을 피해 뛰고 구르는 이른바 ‘인디애나 존스 라이드’부터 열기구, 청룡열차, 공중에서 급류타는 후룸라이드까지 골고루

갖춰진 이 테마파크에서는 줄을 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저 놀이기구에서 놀이기구로 옮겨갈 뿐, 이 공원에는 쉬어갈 벤치도 파라솔도 없다.

그래서 “왜 당신네들은 도무지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 못하는 거요?” 파라오 경호전사의 후손 아데스의 물음은 영화 <미이라2>에게

되돌려진다.

<미이라2>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순히 조립된 오락영화를 자임하지만 그 사실을 스스로도 모르지 않고 만들었음을 강조하는 자존심도

끝끝내 세운다. “다 아는 뻔한 스토리야.” “이번에 뭐였냐구? 뭐 미이라랑, 피그미랑, 또 큰 벌레들이랑, 늘 똑같지 뭐.” 이들은 <미이라2>가

자주 되풀이하는 대사다. 릭은, “당신은 섬세한 남자가 못 되는군요”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우리한테는 섬세할 시간이 없어”라고 대꾸한다. <미이라2>의

영웅들은 부식하다 만 해골들로부터, 나일강의 물살로부터, 무너지는 사원의 기둥으로부터, 심지어 떠오르는 태양빛으로부터 끝없이 도망치고, 다시

관객은 그들의 도주 속으로 끝없이 도피한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이렇게 열심히, 최대한 화려하게 도망치고 있는 것일까.김혜리 기자

감독 스티븐 소머즈 “이번엔 더 크고, 더 재미있게”

“지금까지 내가 만든 가장 복잡한 영화였다.” 영화전문지 <팡고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미이라2>에 대해

스티븐 소머즈 감독(39)이 밝힌 소감이다. 소머즈가 겪은 어려움의 대부분은 영화 전체를 뒤덮고 있는 컴퓨터그래픽 캐릭터와 특수효과에서 비롯됐다.

스탭은 100명이 넘어도 완성된 그림을 머릿속에 넣고 있는 사람은 감독뿐이었기에 소머즈는 그들을 드라마 속에서 종합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캐릭터들과

씨름을 벌여야 했던 것.

그러나 <미이라2>는 소머즈의 가장 복잡한 영화일지는 몰라도 가장 고생스런 영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데뷔작인 저예산 독립영화 <잡을

테면 잡아봐>의 가난도 없었고 모로코, 요르단의 사하라 사막지역과 영국 셰퍼튼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촬영도 인도에서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있는 소머즈 감독으로서는 낯설지 않은 곤란이었기 때문이다. <미이라>로 일약 흥행사로 떠오른 소머즈는 괴물과 야수의 기습이 곁들여지는

판타지적 공포가 있는 모험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감독. 미네소타 출신인 소머즈는 스페인의 세빌랴대학을 졸업한 뒤 연극배우로서, 록밴드 매니저로서

유럽을 주유하다 USC에서 텔레비전과 영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독립영화 방식으로 제작한 데뷔작 이후 월트 디즈니에서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정글 북> 등 소년 관객을 겨냥한 모험영화를 연출했으며, 한편으로는 B급 액션영화의 각본을 썼다. <미이라>

시리즈 전에 연출한 <딥 라이징>은 바다 괴물과 벌이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 <미이라2>의 제작에 임하면서 소머즈 감독은

전편에서 관객이 가장 좋아한 장면 10개를 뽑아 재연하고 확대하는 전략을 쓸 정도로 “더 크고 더 재밌게” 만든다는 원칙에 순응했다. 소머즈

감독의 차기작은 <미이라2>에서 스콜피온 킹 역을 맡은 인기 레슬러 더 록의 스타 비히클인 <스콜피온 킹>으로, 역시

유니버설이 제작해 금년 안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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