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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애니메이션, <헤비메탈 F.A.K.K.2>
이영진 2000-01-18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딱지의 가치는 기괴한 상상력에 의해 발동 걸린 성적자극의 강도와 비례한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양념이 폭력. 성적 자극과 폭력이 어떤 비율로 섞이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헤비메탈 F.A.K.K.2>이 선택한 비법은 줄리의 말랑하고 뽀얀 살결 위에 빨간 가죽 띠를 두르고 칼을 쥐어주는 것이다. 여전사가 전면에 등장하지만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시선이 아슬아슬한 의상 사이로 향하기 때문. ‘성인용’을 딱히 원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헤비메탈 F.A.K.K.2>는 영양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헤비메탈 F.A.K.K.2>는 1981년 미국에서 제작되어 2천만달러의 흥행수입과 2백만개 이상의 비디오 판매고를 기록한 <헤비메탈>의 속편격인 작품. 원작은 사이먼 비슬리, 에릭 탈보트 그리고 제작자이기도 한 케빈 이스트만이 함께 만든 만화 <용광로>다. 성인 잡지 <팬트하우스>의 모델이기도 한 줄리 스트레인의 표정과 동작을 참고로 주인공을 캐릭터화해서 화제가 됐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헤비메탈>과 달리 스토리를 하나로 모으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3D 화면을 배경으로 깔아 매끈하게 연출한 우주공간에서의 비행장면이나 전투장면은 볼 만하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도식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막 반전도 밋밋하다. 외양은 한껏 화려해졌지만 음산한 디스토피아의 풍경과 삐딱한 캐릭터를 앞세웠던 전편의 매력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양이 차지않을 듯. 블랙사바스, 닉스, 나자레스와 같이 쟁쟁한 그룹들이 참여한 <헤비메탈>에 이어 판테라, 머신 헤드, 바우하우스와 같은 뮤지션들이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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