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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븐데이투리브
2001-07-31

시사실/ 쎄븐데이투리브

■ STORY 1976년 익사한 아내와 그 시체를 일주일간 쳐다보고만 있던 남편의 이야기를 간직한 교외의 저택에 23년 만에 어느 부부가 이사를 온다.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마틴(숀 퍼트위)과 아들의 죽은 뒤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엘렌(아만다 플러머). 저택으로 이사온 뒤 엘렌의 눈에는 자기가 살 날이 7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환영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숫자가 카운트다운되면서 그녀에게 죽음을 암시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마침내 예정된 죽음의 날이 눈앞에 닥친다

■ Review

영국 시골 마을의 음산한 저택. 수십년간 비어 있던 집에 처음으로 이사온 부부. 점점 편집증적으로 변해가는 남편. 하루하루 가까워져오는 죽음에 대한 암시. 그리고 저택에 숨긴 비밀스런 저주. 설정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고전적인 공포를 겨냥한다. ‘우리 중에 살인자가 있다’를 기치로 삼고 있는 최근의 할리우드 여름 특선 납량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의 범인은 ‘영혼들의 저주’다. 주인공은 애인과 여행갈 계획을 짜는 껄렁껄렁한 10대가 아닌, 아들의 죽음을 상처로 간직한 부부. 게다가 배경은 음산한 영국의 회색빛 하늘 아래 서 있는 중후한 저택이다. 죽음은 전화기 너머 장난스럽고도 기분나쁘게 주인공을 지켜보다가 급습하는 대신 이상한 환영을 통해 나를 잊지 말라는 듯 하루하루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천천히 다가온다. 독일의 신예감독 세바스찬 니만이 영어권 배우들을 기용해 영어로 만든 이 영화의 공포조제법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보다는 할리우드에, 그 가운데서도 <스크림> 류보다는 <폴터가이스트>나 <샤이닝>, <헌팅> 쪽에 더 가깝다.

독일의 직업 평론가들은 뮌헨영화학교에서 공부한 니만의 이 데뷔작을 놓고, 유럽이 이제 할리우드의 무의미한 장난을 모방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미국식이라고 단정하기엔, 니만은 너무 섬세하다. 애거사 크리스티나, 굳이 미국에서 보기를 찾자면 에드가 앨런 포를 연상시킨다. 어쨌든, <세븐 데이…>에서 죽음은 금기위반의 형벌 같은 필연적인 인과응보와는 연관이 없다. 어딘가 켕기는 구석이 있어서 ‘죽어줘야만 하는’ 미국 공포영화의 10대 청소년들과는 달리 엘렌과 마틴이 저지른 죄라고는 23년간 썩어가던 집에 사람온기를 느끼게 해줬다는 정도. 왜 하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인지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하루하루 접근해오는 죽음은 저택 자체에 공기처럼 존재한다. 결국 이들이 선택하는 것은 그 집을 떠나가는 것. 저택에 담긴 저주스런 기에 관해서는 언급하지만 저주받은 영혼들을 달래주고 치유하기엔 이들은 영락없이 바쁜 서구인이다.

주연 아만다 플러머는 <피셔 킹>과 <펄프픽션>, 에 출연한 바 있다. 올해 부천영화제 월드판타스틱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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