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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홀
2001-08-14

■ STORY 한 소녀가 피투성이가 된 채 숲 속에서 빠져나온다. 공중전화로 겨우 경찰에 도움을 청한 뒤 기절해버린 그녀의 이름은 리즈(도라 버치). 명문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리즈와 세명의 동급생들은 18일 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리즈의 증언으로 찾아간 지하 벙커 안에는 세 친구의 시체가 있었다.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니 그들은 왜 지하 벙커 안에 들어간 것일까. 리즈는 증언한다. 리즈는 유명 록스타의 아들이자 학교의 킹카인 마이크(데스몬드 해링턴)를 짝사랑하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실의에 빠진 리즈를 보다 못해 그녀를 짝사랑하는 마틴(대니얼 브루클린 뱅크)이 묘안을 낸다. 모두 야외학습을 간 동안 마이크, 마이크의 단짝인 제프, 제프의 여자친구 프랭키와 함께 사흘 동안의 비밀파티를 주선한 것이다. 파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지만, 사흘 뒤 출구를 열어주기로 한 마틴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마틴을 소환하지만 그는 리즈의 증언을 반박한다. 그 파티는 리즈가 계획한 것이고, 자신은 개입한 적도 없다고.

■ Review

고립된 공간에서 발견된 3구의 시체. 폐쇄된 지하대피소에서 4명의 청춘 남녀가 함께 있었고, 해방구에서 사흘이 흘렀다.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가 남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더 홀>은 엇갈리는 두개의 증언을 두고 진실을 찾아가는 게임이다. 하나는 생존자인 리즈의 증언. 다른 하나는 생존자가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마틴의 증언. 이른바 ‘진실게임’의 고전은 <라쇼몽>이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이 서로 엇갈린 증언을 한다. 그 증언들 사이에서,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더 홀>은 단순하다. 부딪치는 증언은 단 두개. 하나가 진실이라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다. 리즈의 진술에 따르면 그녀는 왕따이자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소심한 소녀다. 그러나 마틴의 증언에 따르면 리즈는 왕따는커녕 학교를 쥐고 흔드는 날라리다. 흑이냐, 백이냐가 갈리는 순간 <더 홀>은 구멍에서 나와 모든 것을 드러낸다.

리즈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부터, <더 홀>은 오로지 하나의 ‘서술’에만 모든 것을 의존한다. <라쇼몽>이나 <유주얼 서스펙트>를 다시 떠올려보자. 하나의 진술이 거짓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사실이 등장한다. 그것들이 충돌하며 치열한 긴장을 가져오고, 결말에서는 다시 모든 것이 뒤집어지거나 ‘진실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회의가 엄습한다. 그러나 <더 홀>은 중반이 넘어가면서 모든 것이 밝혀지고, 그 다음은 오로지 충격요법뿐이다. 프랭키, 제프, 마이크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더 홀>에서 볼 만한 것은 초반 30여분과 <아메리칸 뷰티>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당돌한 딸로 분했던 리즈 역의 도라 버치. 그녀는 소심한 소녀와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악녀 두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한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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