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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캣
2001-08-14

■ STORY 결혼식에 참석한 마이클(제리 오코넬)과 그의 친구들은 한 가지 내기를 한다. 각자가 매월 일정 정도의 금액을 적립하여 그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결혼하지 않고 남는 사람에게 그 돈을 모두 몰아주자는 것. 7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남아 있는 이는 마이클과 지독한 바람둥이 친구 카일(제이크 부시)뿐이다. 마이클은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에서 만난 한 여자에게 홀려 5만1천달러나 되는 빚을 지고 만다. 가난한 만화가에 불과한 마이클이 빚을 갚을 방법은 한 가지뿐, 바람둥이 친구 카일을 어떻게든 결혼시키고 내기에 걸린 돈을 받아내는 것이다.

■ Review

첫째, ‘화장실 유머’의 끝은 어디인가? <톰캣>에서 바람둥이 카일의 잘린 고환은 병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의 발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다가 마침내 구내식당에서 식사중이던 의사의 이빨에 씹히기까지 한다. 정액, 모유, 식사중의 출산에 이르기까지 <톰캣>은 온갖 소재와 방법을 총동원하여 관객의 비위를 긁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려 한다(몇몇 장면들은 말 그대로 정말 웃긴다). 게다가 이 좌충우돌하는 연애소동극 사이로 질주하는 우리의 주인공은 <죠의 아파트>에서 지저분하기로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물인 ‘죠’ 역을 맡아 진창 속을 헤집고 다녔던 제리 오코넬이다.

둘째, 후안무치한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 이른바 ‘패러디영화’의 끝은 어디인가? 주인공 마이클은 이 영화 저 영화의 주인공들 흉내내기에도 바쁘다. <미션 임파서블2>의 톰 크루즈처럼 절벽에 간신히 매달려도 보고,- 하지만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 자리에서 날아오르는 수십 마리의 비둘기떼(!)- <성난 황소>의 로버트 드 니로처럼 거울 앞에서 중얼거려도 보고, 급기야 <졸업>의 더스틴 호프먼처럼 결혼식장에서 소동을 일으키기까지 한다. <톰캣>은 마이클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주인공 역으로 <무서운 영화>의 섀넌 엘리자베스를 택함으로써 자신의 계보를 분명히 한다.

에이미 해커링의 <리치몬드 연애소동>부터 할리우드영화 속의 십대- 특히 남성- 들이 점점 바보가 되는 것을 보아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톰캣>에 등장하는 20대 남성들은 나이만 많았지 <리치몬드 연애소동>나 <아메리칸 파이>의 덜 떨어진 사춘기 무뇌아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들에겐 잠깐 동안이나마 수다를 멈추고 케빈 스미스의 <체이싱 아미> 주인공들처럼 삶을 돌이켜볼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주인공의 어리석음은 순수함이라는 이름으로 찬양되며 그 순수함에 대한 보답은 멋진 여성과의 결합이다. 그야말로 바보들의 판타지이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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