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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실/드리븐
2001-08-21

시사실/드리븐

■ STORY 세계적인 카레이싱대회 C.A.R.T.(Championship Auto Racing Teams)는 전세계 도시를 돌며 20번의 시합을 열고, 최종기록으로 단 하나의 챔피언을 뽑는다.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신인 레이서 지미(킵 파듀)는 전년도 챔피언인 보(틸 슈바이거)의 자리를 위협한다. 집중력이 흔들리며 3연패를 당한 보는 연인 소피아(에스텔라 워런)를 내쳐버리고 다시 우승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며 사고를 당한 지미는 실연의 상처에 괴로워하는 소피아와 가까워진다. 레이싱팀의 코치인 칼(버트 레이놀즈)은 신인의 티를 벗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지미를 위해 과거의 스타였던 조(실베스터 스탤론)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지미는 소피아를 둘러싸고 보와 대립하면서 더욱 슬럼프에 빠지고, 한때 조의 동료였다가 지금은 지미를 뒷받침하는 레이서 메모는 타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 Review

과거의 액션영화 팬이라면 결코 <클리프 행어>의 레니 할린과 실베스터 스탤론이란 이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과거의 이름이 된 듯하지만, 적어도 레니 할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혀 스타가 등장하지 않았던 <딥 블루 씨>는 지난해 여름 최고의 액션영화였고, 흥행에서 참패했던 <롱키스 굿나잇>도 수작이었다. 레니 할린은 액션의 쾌감을 잡아내는 데에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드리븐>에서도 레니 할린의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드리븐>의 포커스는 어디까지나 ‘질주’다. 시속 400km로 달리는 경주용차의 운전석에 직접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드리븐>의 쾌감은 <식스티 세컨즈>를 능가한다.

0.001초를 다투는 박빙의 승부.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강력한 챔피언,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신인과 쓴맛 단맛 다 보고 깨달음을 얻은 과거의 전사가 벌이는 미묘한 게임. 세 남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요염한 미녀. <드리븐>은 전형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스포츠영화다. 공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오로지 시합의 즐거움과 승부의 쾌감에만 집중한다. 다른 건 잊어버려라. <드리븐>의 인물과 사건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나 등장할 법한 상식적인 수준이다. 악인은 어디에도 없고, 누구나 정정당당하게 승부한다. <드리븐>은 단순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질주하는 화끈한 영화다.

화면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첨단의 Ariflex435 카메라를 이용하여, 벽에 부딪혀 하늘로 퉁겨져 올라가는 순간 부서지는 차체의 파편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운동감까지 느껴지는 <드리븐>은 신나게 보고, 툭툭 털고 일어나면 잊혀질 그런 영화다. 그걸 알고 있는 레니 할린은 오로지 볼거리의 파노라마에 주력한다. 덤으로 <혹성탈출>에서 에스텔라 워런의 매력이 아쉬웠던 남자관객이라면 <드리븐>에서는 만끽할 수 있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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