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닥터 두리틀2
2001-09-11

■ Story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사 두리틀(에디 머피)은 찾아오는 동물들까지 거절하지 못해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그는 숲 속의 ‘형님’ 비버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을 받는다. 비버는 벌목업자가 숲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동물들이 몇십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잃어버리게 됐다며 두리틀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제 우회적인 삼림 보존 운동이 시작된다. 멸종 위기에 처한 퍼시픽 웨스턴 곰이 이곳에 살고 있다, 곰을 보존하려면 숲을 살려라 라는. 그러나 정작 숲에 남은 건 암곰 아바 뿐이다. 두리틀은 서커스단에서 자란 수컷 아키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아바와 짝지우는 데 한달의 기간을 얻고, 아키를 정착시키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아키는 사사건건 못하겠다고 발뺌을 하고 암곰 아바는 아키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 Review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린 시절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팔에 안고 그런 꿈을 꿔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유년의 판타지를 소재로 한 <닥터 두리틀>의 속편 <닥터 두리틀2>는 두리틀 박사가 자신의 ‘동물말 알아듣기’ 재능을 십분 발휘한다는 점에서 1편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리틀 박사는 자신의 능력도 인정받았고 존경도 받고 있다. 1편과 달리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고 웃음을 불러일으킬 일도 없다. 대신 <닥터 두리틀2>는 두리틀 박사에게 환경보호라는 거대한 임무를 맡긴다. 주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문명에 길든 퍼시픽 웨스턴 곰을 야생에 적응시키는 과정에서 두리틀과 곰 아키가 티격태격하며 벌이는 해프닝이 하나이고, 숲을 없애려는 개발업자와 두리틀을 중심으로 한 동물의 대립이 나머지 하나다.

<닥터 두리틀2>는 자연과 문명의 충돌과 갈등을 다룬 가족영화, 동물영화의 익숙한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난생 처음 접하는 야생의 생활에 고달파하는 곰 아키에게 강훈련을 시키는 대목이 한바탕 웃음의 포인트. 컴컴한 동굴 속에서 6개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을 자야 한다는 말에 “난 못해!”를 연발하며 앞발을 내젓는 아키의 귀여운(?) 행동, 욕조에서 우아하게 물을 튀길 줄은 알지만 정작 수영은 못해 생선을 잡으러 뛰어들었다가 익사할 뻔하고, 그 유명한 <록키>의 주제가가 튀어나오며 두리틀 박사가 “뛰어!” 하는 대목 등에선 웃지 않을 수 없다. 아쉬운 점은 ‘자연 그대로’를 설파하는 <닥터 두리틀2>가 정작 보여주는 동물들의 모습은 ‘인간화, 문명화’한 ‘태도’라는 것. 두리틀 박사와 아키의 모습을 보다보면, 사람과 동물의 순수한 교감이 아니라 사람과 곰의 탈을 쓴 또다른 ‘사람’의 버디무비가 느껴진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