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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아워2
2001-09-18

■ Story

홍콩으로 휴가온 LA경찰 카터(크리스 터커)와 홍콩경찰 리(성룡). 이들을 기다리는 건 온몸 녹이는 ‘마사지 서비스’가 아니라 미국대사관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파사건. 리는 범인으로 지역조직 보스인 리키 탄(존 론)을 의심하지만 리키는 부하 후 리(장쯔이)의 손에 제거당한다.

■ Review

“여기선 내가 마이클 잭슨이고, 넌 백댄서야.” 약 2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던 전편 <러시아워>(1998)에 이어, 개봉주인 8월 첫쨋주말 6740만달러의 기록을 세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러시아워2>는 무대를 홍콩으로 옮기면서 두 주인공의 헤게모니까지 전복시켜 놓았다. <러시아워> 한편을 통해 몸값이 몇십배 뛰어오른 크리스 터커는 ‘세븐일레븐’(24시간 떠든다고)이란 별명답게 쉼없이 떠들지만 “못생긴 애는 왼쪽으로, 쭉쭉빵빵 언니들은 오른쪽으로!” 등의 불쾌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시끄러운 ‘백댄서’에 머물고 말았다. 반면 전편에서 어눌한 영어실력으로 타국땅에서 고생하던 성룡은 선견지명 있는 동양인에 머물지 않고,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버디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러시아워2>는 전편에 비해 긴박감이나 이야기는 엉성해진 반면, 99년 MTV 영화상에서 ‘최고의 커플’상을 받은 크리스 터커와 성룡의 궁합지수는 높아졌다. 일단 성룡과 터커가 나누는 말장난이 늘었고, 정확히 안무된 발레 액션을 마치 탁구 복식조처럼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딱딱 맞아들어가게 주고받는 사우나 액션신은 재미있는 볼거리.

<마지막 황제>의 존 론과의 재회는 반갑지만, 공주옷과 순진한 미소대신 달라붙는 가죽옷에 야심만만한 악역으로 분하는 장쯔이의 변신은 새롭지만 매력적이지 못하다.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브렛 래트너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이름을 ‘레드 드래곤’으로 붙임으로써 ‘한니발’ 시리즈의 제1부에 해당하는, 자신의 차기작 <레드 드래곤>을 은근슬쩍 선전한다.

성룡의 영화는 이미 몇십번을 맞추고도 또다시 흩뿌렸다 맞춰보는 그림퍼즐이다. 이미 상자에는 완성된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이상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없는데도 할 때마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이들은 마지막 대사를 통해 다음 퍼즐의 배경그림이 ‘뉴욕’임을 암시하지만 9월11일 이후, 이것은 장담 못할 약속이 돼버렸다.

백은하 기자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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