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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데인저러스
2001-09-18

■ Story

콩(파와릿 몽코피싯)과 조(피섹 인트라칸싯)는 방콕의 킬러. 어려서부터 언어장애자인 콩을 아끼던 조는 그의 입과 귀가 돼서 킬러로 성장하게 돕는다. 어느날 조가 손에 총상을 입고 킬러로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절망한 조는 애인인 아옴(파타라와린 팀쿨)마저 멀리한다. 한편 콩은 약국에서 일하는 여자 폰(프렘시니 라파나소파)에게 끌리지만 우연히 콩의 직업을 알게 된 폰은 그를 외면한다.

■ Review

타이영화를 본 적 있으신지? 대부분은 고개를 가로젓겠지만 최근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품목 가운데 하나는 타이영화다. 타이의 영화산업이 한국 못지않은 에너지로 들끓고 있는 건 할리우드영화를 압도한 흥행기록으로 입증된다. 1999년 <낭낙>, 2000년 <철의 여인들>, 2001년 <방라잔>으로 이어진 타이의 흥행작들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중 첫 주자로 국내 극장에 걸리는 <방콕 데인저러스>는 젊은 타이영화의 생김새를 엿볼 드문 기회다.

이 영화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본다면 누구나 홍콩영화라고 생각할 작품이다. 실제로 감독인 옥사이드 팡 대니 팡은 홍콩에서 태어나 타이에서 연출활동을 시작한 형제이다. 방콕을 무대로 삼았지만 타이영화의 전통보다 오우삼이나 왕가위가 가깝게 느껴지는 팡 형제는 1997년 <달리는 사나이>라는 영화로 데뷔하면서부터 주목받았다. 이들이 지난해 내놓은 영화 <방콕 데인저러스>는 토론토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 홍콩누아르의 열혈팬이었음이 분명한 팡 형제는 영화 전체를 홍콩누아르에 바치는 헌사처럼 찍었다.

이야기 자체는 너무 친숙하다. 초인적인 살인기술을 가진 킬러는 알고보면 누구보다 순수한 남자. 말 못하는 장애를 지닌 킬러는 순백색 사랑에 빠지지만 형제처럼 지내던 동료가 살해당하자 복수를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사지에 뛰어든다. 국내 뮤직비디오의 단골메뉴를 고속촬영, 16mm필름 블로업, 스텝프린팅 등 온갖 기술을 동원해 보여주는 것이다. 사운드도 홍콩 뒷골목의 멋진 사내들처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이 정도 과장법이면 ‘실험적’이라 불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팡 형제의 테크닉은 놀라운 것일 뿐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언젠가 오우삼이나 왕가위의 경지에 이를지 모르지만 아직은 싹을 보여주는 데 그친 셈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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