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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
2001-09-25

■ Story

엄마와 단둘이 사는 미아(앤 헤더웨이)는 낯가림이 심한 샌프란시스코의 10대. 단짝 릴리(헤더 마타라조)와 만나는 재미로 평범한 학교생활을 꾸려가던 미아는, 멀리 떨어져 살던 아빠를 여읜 몇달 뒤 찾아온 할머니 클라리스(줄리 앤드루스)로부터 그녀가 유럽의 소국(小國) 제노비아의 왕위 계승권자라는 통고를 듣는다. 미아는 왕위수락 결정을 보류한 채 공주수업에 들어가고 백조로 거듭난 그녀는 언론과 급우들의 수선스런 관심을 모은다.

■ Review

떠오르는 이야기가 많다. 멀리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이 페어 레이디> <귀여운 여인> <미스 에이전트> 등, 천하의 볼품없던 여자가 어느날 공주님처럼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거듭해 불러내도 질리지 않는 돌림노래인가보다. 1990년 할리우드의 신데델라 <귀여운 여인>을 탄생시킨 게리 마셜 감독이 11년 뒤 만든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등급을 전체 관람가로 낮춘 하이틴무비답게 솜사탕만큼 가벼운 고민과 ‘M&M’ 초콜릿 정도의 쓴 갈등을 선물한다.

뒷골목 창녀에서 베벌리힐스의 신데렐라가 된 줄리아 로버츠에겐 분명 신분상승의 기쁨과 그로 인한 좌절이 있었지만, 그저 뒤꿈치를 ‘딸깍’ 들어올리게 만드는 첫 키스를 꿈꾸는 15살 소녀에겐, 자신의 왕국을 소유하는 것보다 터덜거리는 ‘머스탱’을 소유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며 기사 달린 리무진은 부끄럽고 부담스러울 뿐이다. 다소 허망하지만 그것을 용서할 만한 귀여움을 잃지 않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흠은 사건 진행의 축인 미아의 왕위계승 여부에 별다른 긴장감이 더해지지 않는 것.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다는 올해 19살인 미아 역의 앤 헤더웨이는 큰 입이 귀에 걸리는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에, <오즈의 마법사>의 놀란 토끼 같은 주디 갤런드 표정을 지닌 귀여운 소녀.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의 ‘미운 오리새끼’ 헤더 마타라조는 환경보호나 제3세계 결식아동을 걱정하는 엉뚱한 단짝친구 릴리로 나와 미아와의 우아하진 못하지만 찡한 우정을 보여준다. 또한 게리 마셜 영화에 빠지지 않는 조력자인 헥터 엘리존도는 미아와 클라리스 여왕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해심 깊은 보디가드 조로 10년 전 <귀여운 여인>의 자상한 호텔매니저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켜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한층 고상한 코미디로 격상시키는 주인공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연인 줄리 앤드루스. ‘노화’보다는 ‘원숙’의 미를 과시하는 그의 태도는 기품있는 여왕의 풍모를 살리는 데 손색이 없다.

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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