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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오브 드래곤
2001-11-20

보류

■ Story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수차례 훈장까지 받은 중국 최고의 경찰 류(이연걸)는 프랑스 경찰과의 비밀공조를 위해 파리로 온다. 프랑스를 무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중국의 마약왕을 체포하기 위한 임무다. 류는 프랑스 경찰 리차드(체키 카리오) 일행과 함께 호텔 방에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용의자를 기다린다. 용의자는 콜걸들을 데리고 들어와 놀기 시작한다. 그러나 콜걸은 숨기고 있던 칼로 마약왕을 공격하고, 뒤이어 리차드가 들어가 모두 죽여버린다. 류는 살인현장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겨우 도망친다. 리차드는 모든 것을 류의 소행으로 덮어씌우고, 류의 행방을 쫓는다. 한편 현장에 있다가 살아남은 제시카(브리지트 폰다)는 다시 거리로 돌아온다. 그 장소는 하필 류가 숨어 있는 은신처 부근이었고,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 Review

이연걸이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처음으로 출연했던 <리쎌 웨폰4>는 실망스러웠다. 단지 악역으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이연걸의 할리우드 데뷔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이미 <소림사>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팬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황비홍>의, 거의 단 한번의 주먹도 맞지 않고 우아하고 기품있게 상대를 제압하던 이연걸이 사이코 형사의 작살에 찔려 죽다니. <로미오 머스트 다이>도 흑인 액션물의 얼개에 이연걸의 자리를 조금 마련한 정도였다. 이연걸에 대한 할리우드의 대접은 결코 합당하지 않았다.

이연걸을 비로소 ‘영웅’으로 대접한 곳은, 할리우드가 아니라 프랑스다. 뤽 베송이 이연걸을 초빙하여 만든 <키스 오브 드래곤>은 이연걸이 아니고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온전히 그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이연걸이 직접 원안을 쓰고, 뤽 베송이 시나리오로 뽑아낸 <키스 오브 드래곤>은 중국 경찰의 ‘전설적인 영웅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뤽 베송과 이연걸은 <키스 오브 드래곤>을 <레옹>과 이소룡의 <정무문>을 섞은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제목에 ‘드래곤’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이소룡을 의식한 선택이다. 뤽 베송은 자신의 영화 <레옹>에서 사악한 부패경찰 리차드를 가져왔고, <정무문>에서 무술도장에 들어가 단신으로 싸우는 류의 액션을 가져왔다. 돌프 룬드그렌을 연상시키는 쌍둥이 무술인과의 대결은 <맹룡과강>의 척 노리스와 <사망유희>의 카림 압둘 자바와의 결투가 떠오른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단순한 와이어액션의 곡예가 아닌, 강도 높은 이연걸의 무술연기로 가득하다.

정확하게 누구의 머리에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소룡’을 떠올린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성룡이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로 자리잡았지만, 과연 코미디 아닌 액션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을 수 있을까? 동양인의 무술을 서구에 대중적으로 알린 사람은 이소룡이다. 이소룡의 터프한 액션은 지금까지도 서구인들의 뇌리에 ‘환상’으로 박혀 있다.

이연걸은 서구인의 이소룡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줄 새로운 동양배우다. 성룡의 애크러배틱 액션은 할리우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지만, 이소룡의 무술과는 다른 유(類)였다. 물론 이연걸의 무술도, 이소룡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소룡은 스스로 창안한 고난도의 실전무술 절권도를 구사했고, 이연걸은 중국의 전통무술을 정통으로 배웠고 그것을 실전무술로 활용한다. <키스 오브 드래곤>을 보고 중국 무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기는 힘들겠지만,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은 분명하다.

뤽 베송은 할리우드보다 빠르게, 홍콩 액션영화의 스타일을 끌어와 독자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시스템의 함정에 빠져 이연걸을 소홀하게 대했던 할리우드와는 다르다. 물론 <키스 오브 드래곤>은 이연걸을 중심에 놓은, 단순한 액션영화일 뿐이다. 리차드가 음모를 꾸미고 류를 범인으로 몰지만, 끝까지 음모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놓는 데 열중하고, 나머지는 모두 액션으로 메워버린다. 사건이 풀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충돌로 시선을 끈다. 그런 시도는 성공적이다. 어쨌거나 <키스 오브 드래곤>의 액션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황홀하다. 그것은 이연걸의 덕이다. 서극이 <동방불패>와 <황비홍>을 찍기 위해 이연걸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처럼, <키스 오브 드래곤>의 필요도 단 한 가지였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이연걸이 아니라면, 적어도 조문탁이나 견자단 정도의 무술실력을 가진 배우에게만 가능한 영화다. 뛰어난 무술 실력의 배우 하나를 중심에 놓고 뛰어난 무술영화를 양산했던 홍콩영화의 순발력이 프랑스에 재래한 것이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개봉작] 키스 오브 드래곤

▶ <키스 오브 드래곤> 각본·제작 뤽 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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