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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오브 월드
2001-12-03

시사실/센터오브월드

■ Story

닷컴 기업에 투자해 거액을 번 리처드(피터 사스가드)는 사람보다 컴퓨터와 친한 젊은이다. 어느날 스트립쇼를 하는 여자 플로렌스(몰리 파커)를 만난 그는 그녀에게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3일간 함께 지내자고 제안한다. 1만달러를 주겠다는 리처드의 말에 플로렌스는 조건을 내건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리처드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일하겠지만 키스나 삽입섹스는 할 수 없다는 것. 둘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에서 욕망의 끝으로 달려간다.■ Review 스트립쇼 관객에겐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갖가지 에로틱한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욕망은 부풀어올라 폭발 직전이지만 규칙을 어기면 게임은 끝난다. <센터 오브 월드>에서 남녀는 규칙에 합의하고 3일간 동거를 시작한다. 키스나 삽입섹스는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여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남자의 성적 환상을 채워주는 쇼를 한다. 짙은 화장을 하고 라텍스의 매끈한 곡선으로 감싼 몸을 들이밀며 “당신이 원하는 성적 환상을 말해봐요?”라고 속삭인다. 그들은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거래는 완벽하게 이뤄질 수도 있었다. 섹스를 사고 돈을 지불하는 아주 단순한 교환이다. 그러나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다. 역시 감정이라는 놈이 말썽이다. 남자는 그녀를 원한다. 지난 2년간 컴퓨터의 가상현실만 알고 지낸 그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정복하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두렵다. 그녀가 파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성적 판타지일 뿐이다. 여자는 가짜 피를 만들어 흘리며 ‘생리중’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마침내 그녀의 몸을 가진 남자가 기뻐하는 순간에도 여자는 그건 환상이라고 일깨운다. “문제는 돈이야. 넌 가졌고 난 없어.” 여자는 남자 앞에서 자위를 하며 삽입섹스로 사랑을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을 조롱한다. 현대는 섹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마음이 오가는 통로는 훨씬 좁아졌다. “무엇을 원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레귤러’나 ‘스페셜’이지 ‘당신의 사랑’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진심의 온기를 확인시키는 영화 <스모크>의 웨인왕은 <센터 오브 월드>에서 돈이 소통의 길을 막아버린 상황을 그린다. 이야기 설정만 보면 ‘인터넷 시대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라는 선전문구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베르톨루치의 영화 같은 전복적 에너지를 느끼기는 힘들다. 미국에선 성적 표현문제로 등급을 받지 않은 채 개봉했지만 국내에선 5초가량의 문제장면을 삭제한 뒤 개봉한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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