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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몬스터 주식회사
2001-12-18

몬스터 주식회사/메인

■ Story

몬스터 주식회사는 괴물들의 도시 몬스트로폴리스에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겁주기에 능한 직원들이 밤마다 벽장 문을 통해 채집해오는 어린이들의 비명소리가 동력원이다. 겁없는 요즘 아이들 때문에 괴물 세계에 닥친 에너지 파동 속에서도, 털북숭이 설리(존 굿맨)는 매니저 노릇을 하는 외눈박이 동료 마이크(빌리 크리스털)와 짝을 이뤄 ‘몬주’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다. 어느날 밤 설리는 작업장에 남은 문 하나를 살피다가 그만 어린 소녀 한명을 괴물 세계에 들여놓고, 인간의 아이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있다고 믿는 몬스트로폴리스는 발칵 뒤집힌다. ‘부’라고 이름붙인 꼬마에게 조금씩 정이 드는 설리. 하지만 ‘부’를 집으로 안전히 돌려보내려는 설리와 마이크의 노력은, 설리에 밀려 만년 2등에 머무르는 괴물 랜달(스티브 부세미)의 시기에 찬 음모에 부딪힌다.

■ Review 픽사스튜디오가 디즈니와 손잡고 내놓은 네 번째 장편 <몬스터 주식회사>의 상상력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요람이었던 아이들의 침실에서 다시 기지개를 편다. <호두까기 인형>의 유서깊은 꿈을 계승하는 이 세계에서, 장난감들은 우리가 눈돌리는 순간 호들갑스러운 회합을 소집하고 벽장 문은 불이 꺼지기 무섭게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입구로 둔갑한다. 하지만 피트 닥터 감독의 착상을 픽사의 단골작가 앤드루 스탠튼이 숙성시킨 <몬스터 주식회사>의 시나리오는 누구나 한번쯤 해볼 만한 공상에서 멈추지 않는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들은 팀 버튼 휘하에 있는 통제 불능의 음침한 망나니들과 달리, 영업 실적에 따라 울고 웃는 건전한 샐러리맨들이다. 게다가 위협용 틀니와 발톱을 빼고 나면 그들은 아이들의 양말 한짝에도 벌벌 떤다(몬스트로폴리스에서 인간이나 인간의 물건은 탄저균이나 다름없다). 하긴, 막무가내로 보채는 아이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폭군인가 생각해보면 괴물들에게 이만한 맞수도 없다.

스피드와 짜임새를 겸비한 코미디로서, 그리고 100% 컴퓨터애니메이션 기술의 첨단혁신이라는 점에서 <몬스터 주식회사>는 <벅스 라이프>와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차곡차곡 쌓아올린 픽사의 브랜드네임을 굳힌다. 여간해선 여백을 찾아보기 힘든 스토리와 콘티의 탄탄함은, 픽사의 인재들이 테크놀로지에 매혹된 마니아이기 전에 훌륭한 ‘필름메이커’임을 은근히 과시한다. 설리와 마이크의 겁주기 훈련장면이나 꼬마 부를 둘러싼 소동 시퀀스에서 절정에 달하는 슬랩스틱과 버벌코미디(verbal comedy)의 알레그로 이중주는, 픽사의 파트너인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오히려 워너브러더스 루니툰의 몰아치는 리듬과 닮았다.<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개그의 고삐를 쥔 선수는 빌리 크리스털의 목소리를 빌려온 연두색 외눈괴물 마이크. 일찍이 단편 <룩소 주니어>로 탁상용 스탠드에마저 감정을 불어넣는 묘기를 보여준 바 있는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고작 안구 하나와 짤막한 팔다리가 몸의 전부인 마이크를 통해 빌리 크리스털의 풍부한 표정을 에누리 없이 보여준다. 마이크의 애인 셀리아의 메두사 머리, 손가락이 많아 한손으로도 거뜬히 카운트다운을 하는 계시원 괴물 등 눈썰미 좋은 관객과 DVD 팬을 즐겁게 할 오밀조밀한 시각적 우스개들이 흩뿌려져 있는가하면, 마이클 베이 영화의 비장한 슬로모션을 흉내낸 괴물들의 등장이나 애니메이션 선구자의 이름을 따온 레이 해리하우젠 레스토랑은, 어른 관객에게 던지는 애교어린 윙크다.

<다이너소어> 개봉 당시 원숭이 털의 표현을 두고 쏟아진 찬사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300만 가닥에 달하는 점박무늬 털을 휘날리며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활보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주인공 설리가 세상 모든 애니메이터들의 악몽이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전작에서 딱딱한 껍질의 곤충과 플래스틱 장난감을 캐스팅해 컴퓨터애니메이션의 반들거리는 질감과 자연스런 하모니를 끌어낸 픽사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빛뿐 아니라 그림자에 대한 연구를 심화해 모피와 섬유의 정밀한 묘사에 정면승부를 걸었다. 특히 추방된 설리가 썰매에 등불을 매달고 히말라야의 눈보라를 헤쳐가는 신은 그늘과 역광, 습기와 바람에 대한 모피의 반작용을 그리는 딥 셰이딩(Deep Shading) 프로그램과 무드효과(atmospheric effects) 기법의 근사한 쇼케이스다. 반면, <파이널 환타지>의 극사실주의 표현과 방향을 달리하는 만화화된 스타일을 고수한 인간 캐릭터 ‘부’의 생김새는 “우리는 카메라와 실제 배우로 작업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작업은 굳이 하지 않는다. 관객이 만화임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정교한 묘사에 감탄하고 시각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작품을 원한다”는 픽사의 신념을 확인시킨다.

많지는 않지만 <몬스터 주식회사>에도 ‘정전구역’은 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 관객이라면 부가 왜 괴물들에게 독성을 미치지 않는지, 그렇다면 인간의 해독성이란 그저 헛소문일 뿐이었는지, 아이들의 비명을 기계로 짜내려는 악당 랜달이 왜 굳이 꼬마 부에게 집착하는지 등등 대답하기 난처한 물음들을 퍼부을 법하다. 그런가 하면 선악의 편가름이 비교적 선명한 <몬스터 주식회사>의 괴물들은, 존재론적 회의와 갈등을 거치며 드라마와 함께 성장해가는 <토이 스토리2>의 장난감들에 비해 성인 관객을 붙드는 힘이 다소 달린다. 내년 아카데미에서 첫 번째 애니메이션 트로피를 겨룰 드림웍스의 <슈렉>이 ‘다름’을 내세워 전복의 쾌감을 안기는 수작이었다면, <몬스터 주식회사>는 픽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작업을 또다른 경계까지 밀어붙인 수작이다. 일단 극장을 찾을 결심이라면 지각하지 말 것. 본편 상영에 앞서 소개되는 위트 넘치는 단편 <새가 되어버린 새>(One for the Birds, 랄프 에클레스톤 감독)는 생략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전채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공동감독 리 언크리치, 기술감독 토머스 포터 인터뷰

우리는 괴물 회사를 이렇게 세웠다

♥♥♥ 리크리치(공동감독)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에서 몬스터라는 소재가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대부분은 가족과 아이가 있는데, 아이들이 우리가 만드는 영화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았다. 네살배기 내 딸도 “아빠, 난 괴물영화를 보고 싶지 않아요” 했으니까. 그래서 일반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이 겁먹지 않도록, 스릴이 있되 너무 무서워지는 선을 넘지 말자고 조심했다. 오프닝만 해도 소년이 겁을 먹는 첫 장면이 관객을 위축시킬까봐 재즈음악에 재미있고 컬러풀한 타이틀 시퀀스를 붙여 톤을 조절했다.

3D 애니메이션에서 픽사처럼 캐릭터와 이야기를 중시하면서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살리는 쪽이 있는가 하면, <파이널 환타지>처럼 기존 실사영화를 대체하는, 배우가 필요없다는 식으로 가는 쪽도 있는데.

감탄을 사는 비주얼에만 집중하고 스토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커다랗고 멋지되 엔진이 없는 차 같은 거니까. <파이널 환타지>는, 정말 놀라운 비주얼이 많지만 그 영화의 흥행성적은 스토리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다. 언젠가 어떤 스튜디오들이 <파이널 환타지> 수준의 그래픽으로 정말 멋진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보고 싶고, 정말 놀라울 거라고 생각한다.

♥♥♥ 토머스 포터(슈퍼바이징 테크니컬 디렉터)

기존 작품들이나 <슈렉> <파이널 환타지>에 비해 <몬스터 주식회사>의 기술적인 진보는.

<슈렉>을 만든 PDI의 사람들은 매트 페인팅 과정을 아주 잘 컨트롤한다. 우리는 영화의 갖가지 소품을 디자인하고 3차원의 환경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것도 아주 좋고 훌륭한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매트 페인팅을 합치는 것도 그렇지만. <파이널 환타지>는 정말 대단한 기술적인 성취다. 그 영화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사실적인지 보면서 정말 뛰어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할 수 있는 연기와 잭 니콜슨, 로버트 드 니로가 할 수 있는 연기는 차이가 있다. 그건 영화산업이 당면한 커다란 과제이기도 하다. 비단 내년 한해뿐 아니라 향후 20년 동안이라도 비주얼 리얼리즘의 3D 애니메이션에서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인간의 연기를 얻어내는 게 관건일 것이다.

픽사에서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면 예술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기술 담당으로서 가끔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나.

우리가 이긴 경우도 있다. (웃음) 부의 머리에 대해 얘기해보자. 부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원래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였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기술부서와 미술부서, 애니메이터들간의 미팅이 있었다. 그런데 피트(감독)가 카메라를 바로 부 앞에 두고 눈물과 표정, 소녀의 깜찍함을 보고 싶어하고 따라서 시뮬레이팅한 머리가 흘러내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머리를 묶으면 우리가 훨씬 편하기도 했지만. 이 경우 미술팀도 그 편이 더 귀엽다고 거들어서 이길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황혜림 blaue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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