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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비독
2001-12-24

■ Story 1830년 7월혁명 전야, 사설탐정 비독(제라르 드파르디외)이 거울 마스크를 쓴 연쇄살인마와 겨루다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공포에 떨던 시민들은 최후의 보루인 비독마저 사라지자 깊은 시름에 잠긴다. 비독의 전기를 쓰던 청년기자 에띤느(기욤 카네)는 거울 마스크의 정체를 밝혀 비독의 복수를 하기로 한다. 비독의 궤적을 좇던 에띤느에게 정보를 준 이들이 차례로 비명횡사하는 가운데, 에띤느는 조금씩 거울 마스크의 음모에 다가간다.

■ Review

* 영화의 도입부, “네 얼굴을 보여달라”는 비독의 마지막 소원에 거울 마스크가 젖혀지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충격받은 비독이 불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것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아니 그는 정말 죽은 것일까. 주인공의 최후,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관객은 비독을 숭배하는 청년 에띤느의 시선과 동선을 따라 이 사건의 전말에 관한 퍼즐 맞추기를 시작하게 된다.

<비독>은 여러모로 <늑대의 후예들>과 겹치는 영화다. 프랑스혁명기의 불안한 민심을 반영하는 흉흉한 ‘사건과 진상’이, 복합장르 블록버스터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펼쳐지는데, 이것이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비독>은 괴도 루팡의 모델인 실존인물 비독을 내세우고, 거울 마스크를 쓴 연금술사를 맞붙인다. 귀족들의 죽음을 조사하던 비독은 피살자들이 연금술사가 자행한 처녀 살인의 공범자였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그 배후에는 극도의 불신과 불안의 상황에서 피어난 나르시시즘과 영생불사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비독>이 스릴러로서 갖는 장점이라면 최후의 몇 조각을 맞출 때까지 전체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 문제는 범인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반추해보면, 범행을 가리기 위한 ‘오버’로 해석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있다. 잘 짜인 시나리오의 부재를 스케일과 이미지의 힘으로 커버하려는 시도를 탓하기도 좀 새삼스럽다.

이 영화를 보고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떠올린다면, 꽤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다. 두 영화의 공동감독이었던 마크 카로는 이 영화의 캐릭터디자인을 맡아, 특유의 암울하고 기괴한 이미지를 재생했다. <비독>의 또다른 시각적인 특징이라면, 신화와 성서를 즐겨 그린 19세기 화가 귀스타프 모로의 그림에서 분위기와 색채를 차용했다는 사실. <에일리언4> <잔 다르크>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감독 피토프는 HD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뒤 특수효과를 두껍게 입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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