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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이소룡을 찾아랏!
2002-01-22

시사실/ 이소룡을 찾아랏!

■ Story

록밴드 크라잉 너트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매일 저녁 공연을 갖고 있다. 한데 이들의 주변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의 시체 위에 이소룡의 사진이 떨어져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폭력을 유발하는 ‘이소룡 바이러스’에 희생된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베이시스트 경록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그는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탐문수사’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 Review 디지털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의 장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 관한 민속지(ethnography)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면 코믹한 미스터리스릴러로 빠지고, 다시 록다큐멘터리로 흐르는가 싶으면 실험영화 내음이 물씬한 영상으로 넘어간다. 때문에 기존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당황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

이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강론 감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어릴 적부터 해외를 돌아다녔던 그는 성인이 된 뒤 프랑스에 터를 잡고 연기와 극작 등 다양한 예술에 발을 담가왔다. 1997년 서울로 돌아온 그는 각각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스스로 ‘문화유목민 집단’이라 부르는 ‘몽골몽골’을 만들었다. 연극, 사진, 무용, 마임, 분장, 음악 등의 예술가들과 함께 <상상력의 반란> <마이 레프트 훅>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최근에는 국립극장에서 <마이 올드 자이언트 슈즈>라는 공연을 진행중이다. 영화와의 인연은 박광수 감독의 <이재수의 난> 연출부 활동을 하면서 맺었다.

연출자의 배경 탓인지 이 영화는 ‘영화적’이라기보다 ‘영상이라는 매체를 이용한 예술표현’ 분위기가 짙다. 에피소드 위주의 이야기 전개는 호흡을 가파르게 하지만 사진, 마임, 연극 등을 영상으로 양식화하려는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실험성’이라는 단어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여러 표현양식에 녹이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로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명료하다. ‘멜팅팟’인 서울의 다양한 표정과 이곳을 유쾌하고 싱그럽게 질주하는 크라잉 너트라는 젊은이들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노라면, 문득 자신의 가슴도 펄떡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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