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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악마같은 여자
2002-02-26

시사실/악마같은 여자

■ Story

죽마고우인 세 친구 중 순둥이인 대런(제이슨 빅스)에게 지적이고 섹시한 애인이 생긴다. 그런데 웨인(스티븐 쟌)과 제이디(잭 블랙)는 대런의 여자친구 주디스(아만다 피트)가 영 마뜩찮다. 주디스가 대런을 자신의 노예나 꼭두각시쯤으로 생각한다는 데 경악한 그들은 어떻게든 둘의 사이를 떼어놓으려 하지만, 주디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마침 대런의 첫사랑인 샌디가 돌아오지만, 그녀는 곧 수녀가 될 몸. 이들은 대런과 샌디의 만남을 주선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주디스를 납치하기로 한다.

■ Review 패럴리 형제는 섹스와 배설물로 관객을 웃겼다. 그땐 그게 신선했다. 정작 패럴리 형제 당사자들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이후 한결 점잖아졌지만, <아메리칸 파이>로 정점에 오른 섹스코미디의 제작 붐은 아직도 가실 줄 모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악마같은 여자>도 패럴리식의 저속한 농담에 매혹된 영화다. 하지만 <해피 길모어>와 <빅 대디>의 데니스 듀간이 연출자로 나섰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그렇고 그런 아류작에 머물진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악마같은 여자>의 원제는 ‘실버맨 구하기’(Saving Silverman)다. 악마 같은 여자로부터 대런 실버맨을 구한다는 것. 간단명료하다.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강한(사악한) 여자와 아둔한 남자들이 벌이는 성(性)대결. 스크루볼 코미디와 화장실 유머의 결합이라는 비교적 참신한 시도의 김을 빼는 것은 진부한 캐릭터들. 영화를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가련한 희생양 대런은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주인공처럼 단 하나의 사랑을 꿈꾸는 순진남이고, 대런을 구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친구들은 ‘덤 앤 더머’ 커플 못지않게 멍청한 인간들이고, ‘악마’로 찍힌 여자는 가깝게는 <엽기적인 그녀>와 <조폭 마누라>의 중간쯤 되는 캐릭터다. 성호르몬 넘치는 어리버리한 주인공 대런으로 <아메리칸 파이>의 제이슨 빅스가 출연한 것을 비롯해 주역 대부분이 자신들의 캐릭터 이미지 그대로 캐스팅돼 있다는 사실도 안일하게 느껴진다.

출연한 이들이 한데 엉켜 벌이는 황당한 소동의 처음과 끝에 가수 닐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긴 하나, 키치적 장식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강한 여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로 점철된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코미디니까. 웃자고 만든 영화니까. 모든 갈등이 해결된 뒤, 카메라는 닐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출연 배우들의 콘서트 장면을 따라잡는다. 지금까지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심각해지지 맙시다, 그냥 한바탕 놀아봅시다, 하는 식의 애교스런 마무리.

아무 생각없이 보면 많이 웃고 즐길 수 있지만, 수녀에서 창녀로의 복장 변신, 성정체성 따라잡기, 물고문과 전기충격 장면 등 일부 에피소드는 가학적 유머의 위험 수위를 넘어서 있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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