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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스파이 게임
2002-03-12

시사실/ 스파이 게임

■ Story

1991년, 평생을 CIA에 몸담아온 베테랑 요원 네이선 뮈어(로버트 레드퍼드)는 은퇴를 하루 앞두고 있다. 마지막 출근을 하던 날, 그는 직속 부하였던 톰 비숍(브래드 피트)이 중국 감옥에 수감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본부의 승인없이 단독 작전을 수행하다가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비숍은 24시간 내에 처형될 위기. CIA 간부들은 비숍을 요원으로 발탁하고 키운 뮈어에게 사건의 내막을 묻지만, 비숍의 구출보다는 중국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 해결책을 더 고심하는 눈치다.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무역협상을 앞둔 시국에서, 여차하면 비숍을 포기할 태세. 수년 전 사이가 벌어진 뒤 헤어졌지만 10년간 한팀으로 동고동락했던 비숍을 구하기 위해 뮈어는 혼자만의 게임을 시작한다.

■ Review 은퇴를 앞둔 베테랑 요원 뮈어와 독단적인 작전의 실패로 처형 위기에 직면한 중견 요원 비숍. <스파이 게임>은 이 두 남자의 관계, 그들이 벌이는 현재와 과거의 첩보게임을 둘러싼 퍼즐을 풀어가는 액션스릴러다. 우선 뮈어가 비숍을 구하기 위해 CIA 조직을 상대로 펼치는 현재진형형의 두뇌게임이 퍼즐의 한축. 그리고 상관들과의 탐문 공방을 벌이는 뮈어의 진술과 함께 플래시백으로 끼어드는 두 콤비의 첩보전 전력이 또 다른 축을 이룬다. 후자가 첩보물에서 기대할 만한 액션과 스펙터클을 담보한다면, 전자는 지적 스릴러의 긴장을 제공한다.

<스파이 게임>은 충직한 관객 서비스영화다. 이런 장르라면 따를 자 드물 베테랑 토니 스콧 감독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듯 민첩한 커팅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른 두 종류의 쾌감을 번갈아 선사한다. 회의실 탁자에서 상관들에게 둘러싸여 비숍에 대한 질문공세를 받던 뮈어가 교묘한 화술로 되레 정보를 끌어내고, “아내에게 온 전화”라며 그들의 눈앞에서 비서나 중국쪽 정보원과 태연하게 통화한다. 관료화된 조직의 빈틈을 이용하며 ‘내부의 스파이’가 되는 뮈어의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과거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둘 촘촘하게 맞물리며 전체 퍼즐이 하나씩 채워진다. 플래시백의 시작은 뮈어가 미군 저격수였던 비숍을 처음 만난 75년의 베트남. 비숍을 요원으로 발탁한 뮈어는 베를린에서 스파이 훈련을 시킨다. 사소하게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파트에 무조건 찾아가서 몇분 뒤 발코니에서 보자는 담력시험부터, 크게는 서베를린으로의 망명을 도와주려던 동독인을 버리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 배신의 상황까지.

<스파이 게임>의 또다른 즐거움은 두 스타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활용한 캐릭터. 냉철하고 이성적인 뮈어와 유능하지만 감성에 끌리는 젊은 비숍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캐릭터다. 비숍은 뮈어에게 스파이로서의 모든 것을 배우며 냉정한 세상을 배우고, 둘 중 하나여야 한다면 항상 자신을 택하라던 뮈어는 결국 비숍을 위한 도박을 벌인다.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크림슨 타이드> <더 팬> 등 전작들에서도 성격이나 입장이 서로 다른 두 남성 캐릭터간의 긴장의 끈을 조여온 스콧 감독은, <스파이 게임>에서도 두 인물 사이의 탄탄한 균형을 유지해낸다.

여간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베테랑 스파이의 포커페이스에 엷은 미소를 걸친 뮈어 역의 레드퍼드는, 시드니 폴락의 <코드네임 콘돌>에서처럼 미더운 연기를 보여준다. 레드퍼드와 비숍 역의 브래드 피트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적은 있지만, 공연은 이번이 처음. ‘젊은 날의 레드퍼드’로 불리는 피트와 이제는 폴 뉴먼의 부치 캐시디의 자리에 선 레드퍼드의 연기 앙상블도 볼 만하다. 황혜림 blauex@hani.co.kr<.P>

토니 스콧 VS 리들리 스콧

같은 길, 다른 방향의 형제

할리우드에서 형제 감독이 아주 드물진 않다. 코언과 워쇼스키, 패럴리, 휴즈, 그리고 웨이츠 형제 등 공동으로 작업해온 형제 감독들이 있다. 하지만 토니 스콧과 리들리 스콧처럼 서로 뚜렷이 구분되는 영화 경력을 꾸준히 쌓아온 형제는 찾기 힘들다. 형인 리들리가 <에일리언><블레이드 러너> 등 초기작에서 디스토피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작가로 인정받고, <지 아이 제인> 등의 실족이 있긴 했지만 <델마와 루이스><글래디에이터><블랙 호크 다운> 등 한발 앞선 대중영화로 관객과 비평가들의 지속적인 호의를 받아왔다. 반면 동생인 토니는 일찌감치 형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데뷔작 <더 헝거>는 저예산 뱀파이어 영화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탑 건><비벌리 힐스 캅 2><폭풍의 질주><라스트 보이스카웃> 등 이후의 행보는 철저히 대중적인 장르영화를 고수해왔다. 늘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와 장르의 공식을 적극 활용한 그의 영화는 대중적인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각각 37년생과 44년생으로 7살 차이인 리들리와 토니 스콧은 둘다 런던의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출신. 나이들어선 각자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토니는 16살 때 리들리의 흑백 단편영화 <자전거와 소년>에서 주연한 바 있다. 또 1970∼80년대 초반까지 광고를 많이 찍었는데, 대부분 형의 회사인 리들리 스콧 어소시에이션에서 한 일이다. 현재 두 형제는 스콧 프리 영화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폭스와 3년간 프로덕션 계약을 맺은 상태. 계약기간 동안 각자 1편씩은 영화를 찍는다는 조건이다. 한때 둘이 각각 판초 빌라에 대한 프로젝트를 개발한다는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으나, 아직 어느 쪽도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토니 스콧은 올초 007 영화의 연출 제의를 받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각본을 맡기고 싶어한 그와 영화사의 의견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제니퍼 로페즈가 주연할 신작 <틱 톡>을 준비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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