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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돈 세이 워드
2002-03-12

시사실/돈세이

■ Story

추수감사절 전날 밤, 정신과 의사 네이선(마이클 더글러스)은 긴급호출을 받고 병원으로 간다. 동료 의사는 그에게 간호사에게 칼을 휘두른 소녀 엘리자벳(브리타니 머피)을 한번 봐달라고 부탁한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네이선은 딸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한다. 곧이어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범인의 요구는 딸의 몸값이 아니다. 납치범은 네이선에게 엘리자벳이 알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라고 요구한다.

■ Review <돈 세이 워드>는 <랜섬>처럼 ‘자식을 유괴당한 아버지의 싸움’을 담은 영화이다. 납치된 아들의 몸값 대신 유괴범의 현상금을 선포하면서 흥미로워지는 <랜섬>처럼 <돈 세이 워드>의 아버지도 특이한 선택에 직면한다. 딸을 살리기 위해 그가 해야 할 일은 정신병을 앓는 소녀가 숨기고 있는 ‘6자리 숫자’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이다. 딸의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답을 맞히는 것이지만 답을 알고 나면 그 자신의 목숨도 위험해진다.

<덴버> <키스 더 걸> 등 시각스타일이 특이한 범죄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게리 플레더는 <돈 세이 워드>를 암청색 액자 속에 가둔다. 마이클 더글러스 앞에 던져진 미스터리에는 10년 전 어떤 사건의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영화의 리듬은 몇 가지 상황이 교차편집되면서 절정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한다.

8살된 딸은 영리하게 납치범을 속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다리에 깁스를 한 아내는 유괴범과 사투를 벌이며, 수사관은 최근 벌어진 2가지 살인사건을 추적하다 유괴사건의 전모에 접근한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정신병동의 소녀를 데리고 10년 전 사건의 현장으로 가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다. 소녀의 정신상태가 제작진의 필요에 따라 왔다갔다 한다거나 수사관이 현장에 도착하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완벽하다거나 하는 장르영화의 일반적 허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퍼즐의 빈칸을 채워가는 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핑크스의 문제를 풀고 왕이 된 오이디푸스와 달리 <돈 세이 워드>의 마이클 더글러스는 처음부터 완벽한, 사랑스런 아버지이다. 그는 유괴범의 문제를 풀면서 지혜와 용기와 완력을 선보일 기회를 얻고 마침내 오이디푸스의 운명을 피해간다. 비극이 없는 오이디푸스 신화, 여기서 <돈 세이 워드>는 범상한 스릴러라는 운명만은 벗어나지 못한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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