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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타임머신
2002-03-26

시사실/타임머신

■ Story

20세기 벽두의 뉴욕, 콜롬비아대 응용기계공학과 교수 알렉산더 하트겐(가이 피어스)은 사랑하는 여인 엠마에게 수줍은 청혼을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순간 나타난 강도는 엠마의 목숨을 뺏아가고 하트겐은 그후 4년간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를 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타임머신 연구에 몰두한다. 마침내 타임머신이 완성되고 하트겐은 4년 전 그날 그 장소에 도착한다.

■ Review <타임머신>은 실현불가능한 꿈이다. 시간을 되돌리는 에너지는 인간에게 허용된 적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상상 속에서는 한 가지 동력이 발견된다. 물론 그것은 ‘사랑’이다. 도입부는 근사하다. 천재과학자의 수줍은 구애는 여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다이아몬드 대신 그녀의 탄생석인 문스톤이 박힌 반지를 선사하며 남자는 불면의 밤을 끝내게 해달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그때 나쁜 운명이 그녀를 뺏아간다. 남자는 시간을 되돌려 그녀를 찾겠다며 타임머신을 발명한다.

1895년 H.G.웰즈가 쓴 SF의 고전 <타임머신>은 1960년 조지 팔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조지 팔의 영화에 없던 로맨틱한 도입부가 2002년 리메이크 버전에 대한 기대를 부추긴다. 게다가 이번 영화의 감독 사이몬 웰즈가 H.G.웰즈의 증손자라지 않은가. 그러나 사랑을 연소해 추진력을 얻은 타임머신은 과거를 바꿔놓지 못한다. <빽 투 더 퓨처>와 달리 지나버린 사건은 수정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난다. 그래서 그는 미래로 향한다. 원작소설이 집중한 부분은 여기서부터다. 80만년 뒤 지구, 지나친 개발이 낳은 재앙으로 달이 파괴된다(조지 팔의 영화에선 핵전쟁이 문제였다).

지구는 80만년간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두 종족, 엘로이와 멀록으로 나뉜다. 사냥꾼 종족인 멀록이 엘로이 여자를 납치하자 과학자가 그녀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멜로드라마의 리듬으로 전개되던 전반부와 달리 두려울 만큼 빠른 액션시퀀스가 이어지는 후반부는 서로 다른 2편의 영화가 실수로 하나의 프린트에 옮겨진 듯한 느낌이다. 영화가 가속을 더하면서 시간여행은 태초의 목적을 상실한다.

<메멘토> <몬테 크리스토>의 가이 피어스가 연기하는 주인공은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에서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으로 돌변한다. 천재과학자를 액션영웅으로 탈바꿈시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는 답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제레미 아이언스가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순간엔 혹시 그가 촬영장을 잘못 찾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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