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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촉산전
2002-03-26

시사실/촉산전

■ Story

천지의 영기가 모이는 촉산. 정(正)과 사(邪)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 수백년 동안 잠자고 있다 부활한 마귀 유천이 나타난다. 촉산 최대 문파인 아미파의 장문인 백미(홍금보)는 제자 단진자(고천락)와 곤륜파 고수 현천종(정이건)을 거느리고 전투에 나서지만 유천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백미의 후계자 영기(장백지)와 무기가 유천을 물리치기 위해 천뇌쌍검의 합체를 시도하는 순간, 현천종은 영기가 오래 전 유천에게 살해당한 자신의 사부 고월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Review <촉산전>은 정말 이상한 무협영화다. 이 영화에는 검과 하나가 돼 수묵화 같은 선을 그리며 대기를 가르는 강호의 고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미 현실을 초월한 듯 장대한 대륙의 풍광이 없다. 허상만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물질은 힘을 가질 수 없는 세계. 싸늘한 칼날 대신 전기뱀장어처럼 요동치는 빛줄기가 공간을 휘감고, 부서져나간 사람의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영원히 이어가는 세계가 바로 촉산이다. 이 산봉우리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꿈이라 쳐도 아주 황당한 꿈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촉산전>은 또한 매우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감독 서극은 이미 1983년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촉산>을 만든 적이 있다. <촉산>은 과도한 특수효과 때문에 무협영화의 이단아 취급을 받았지만, 서극은 영 양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그곳에는 아직도 채워야 할 공간이 많았고, 누구도 보지 못하고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었다”는 말로 자신이 <촉산전>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생전 처음 보는 이 기묘한 스펙터클이 상상 속에서만 무협지의 기운을 체험한 관객을 매혹시키는 동력이 됐다. 칼을 뽑지 않아도 검기(劍氣)만으로 천지를 흔들 수 있는 고수들의 무공이 종잇장을 뚫고 뛰쳐나와 생명을 얻은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가깝긴 하지만 <촉산전>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무협의 세계를 삼차원으로 재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웬만해선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 역시 무협지와 비슷하다. 마치 열권 분량의 무협지처럼, <촉산전>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뻔뻔스럽게 붙어 있고 낯뜨거운 대사들이 횡행한다. 영원히 죽지 않는 <촉산전>의 영웅들은 끝날 줄 모르는 세월을 살면서 정의를 수호하고 우주의 진리를 찾아 헤맨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용량을 지닌 상상의 세계에선 용서가 되는 영화. <촉산전>은 이처럼 아주 많이 이상한 영화다. 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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