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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T.
2002-04-02

시사실/ <E.T.>

■ Story

별거중인 엄마와 형 마이클, 여동생 거티와 함께 살아가던 소년 엘리엇은 어느 날 헛간으로 숨어든 낯선 생물체를 발견하게 된다. 쭈글쭈글한 피부, 튀어나온 눈, 작은 키의 이 생물체는 표본채취를 위해 지구를 방문했던 외계인. 인간의 추격에 쫓겨 황급히 지구를 떠난 일행에 합류하지 못한 그를 엘리엇은 E.T.(Extra-Terrestrial)라고 부르며 자신의 옷장에 숨겨준다. 엘리엇과 마이클, 거티 일행은 E.T.의 존재를 어른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 Review 1982년에 제작되어 1984년 국내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의 가 미국 개봉 20년을 기념해 ‘개정보수판’으로 한국에 재착륙했다. 20년 전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손가락을 맞댄 E.T.와 엘리엇의 첫인사, 거무튀튀한 피부를 뚫고 새어나오던 E.T.의 붉은 심장빛, 달을 배경으로 날아가던 자전거의 실루엣, 엘리엇의 집과 앰뷸런스를 연결했던 하얀 튜브와 우주복을 입은 어른들, 허옇게 회칠한 듯 물기를 잃어가던 E.T.의 몸…. 망각했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뇌 주름 어딘가에 감춰진 채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20년 만에 소생된 기억은 덧붙여지고, 복원되기도 했으며, 어떤 부분은 정교하게 교체되었다. E.T.가 욕조 속에서 ‘꼬르륵’거리며 목욕을 즐기는 장면이나 아이들이 할로윈 날 E.T.를 찾아다니는 장면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인형이 표현하기 힘들었던 목의 움직임이나 미세한 표정변화는 발전된 CG 기술로 한층 부드러워졌다. 또한 스필버그가 “고쳐버리고 싶은 부분 1위”로 꼽았던, E.T.와 엘리엇 일행을 무장한 경찰과 정부요원들이 추격하는 신에서 총기는 무전기로 감쪽같이 바뀌었다. 사운드트랙은 기존의 모노사운드에서 20비트로 새로 녹음되었다.

의 감동은 2002년, 이 낯선 생물체를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신선한 온도로 전달된다. 하지만 80년대 초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E.T.’는 영화 이상의 어떤 것이다. 그의 재등장은 그 시절 풍경들과 잃어버린 감성과의 아련한 재회의 순간을 마련한다. 떠나던 날, 울먹이며 매달리던 20년 전 소년 소녀들의 이마에 E.T.는 왼쪽 검지손가락을 대며 “항상 네 곁에 있을게”(I’ll be right here)라고 약속했다. ‘식빵같이 생긴 얼굴에 송아지를 닮은 눈, 하하하하 우스운 내 친구’는 남몰래 그 약속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백은하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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