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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대의 명암을 조명한 영화 <더 서클>

소규모 회사의 전화상담부에서 일하던 메이(에마 왓슨)는 친구 애니(카렌 길런)를 통해 대기업 ‘더 서클’의 면접 기회를 얻는다. 투명한 유리로 된 벽과 문을 지나 오픈된 공간에서 이뤄진 일대일 면접에서는 지원 동기, 비전 따위의 두루뭉술한 질문 대신 ‘성찰 vs 소통’ 같은 양자택일의 문제 혹은 안내데스크 직원의 이름 같은 예상 못한 질문이 쏟아진다. 고객경험부에서 일하게 된 메이는 이제 전화 대신 문자로 고객을 만난다. 물론 예전보다 업무는 수월해졌지만, 매번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그것이 곧 자신의 점수가 된다는 점은 살 떨린다. 메이는 87점으로 초짜치고는 양호한 점수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회사는 업무 능력을 넘어서 오픈된 인간을 요구한다. CEO 에이몬(톰 행크스)이 최근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씨체인지’라는 이름의 무선 카메라가 얼마나 세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 힘주어 말했다는 것이 상징적이다.

SNS 시대의 명암을 조명한 영화들은 많지만, <더 서클>은 참여자의 자발성을 강조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NS 시대의 수동적인 희생양이 아니라 일단 부딪혀보는 주인공의 캐릭터 특성은 어쩌면 에마 왓슨이 메이 역에 캐스팅된 이유일 거라 짐작된다. 그러나 화장실 갈 때 등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내내 카메라에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는 상황을 주인공이 별다른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나,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끔찍한 상황을 이내 털고 일어나는 메이의 모습에 선뜻 공감하기란 어렵다. 설사 그녀가 씨체인지 카메라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전사를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양자택일 성격의 입사 면접시험 문제처럼, 영화는 관객에게 이분법적 선택지를 강요한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해답은 이분법적 선택지에 걸리지 않는 무수한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밀어붙인 결과치고는 맥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비밀을 죄악시하는 SNS 세상에서 진짜 비밀이 없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 의문이다. 데이브 에거스의 동명 소설 원작을 제임스 폰솔트 감독이 직접 각색하고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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