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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바람> 바람난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
송경원 2018-04-04

롤러코스터 디자이너였던 석근(이성민)은 은퇴 후 제주에 정착해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꾸준한 바람기만큼은 멈출 수 없다. 석근의 여동생 미영(송지효)은 오빠의 이웃집에 살면서 남편 봉수(신하균)와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중이다. 석근과 달리 봉수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바람피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소심한 남자다. 하지만 어느 날 석근이 작업 중인 매혹적인 여인 제니(이엘)를 알게 되며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다. 제니 역시 석근이 아닌 봉수에게 관심을 보이며 상황은 점점 복잡하게 꼬여간다.

“첫사랑도 아니고 첫 불륜… 뭔가 더러운데 신선해.” <바람 바람 바람>은 바람난 네 남녀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난감한 상황을 그린 성인용 코미디다.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이번엔 중년 남녀의 외로움과 일탈을 조명한다. 하지만 성인용코미디라는 용어가 줄 수 있는 편견과 달리 이 영화는 상당히 담백하고 차분하다. 웃음을 향한 강박은 덜고 상황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은 여전히 살아 있고 테니스처럼 오가는 대사 속에 인물들의 속내가 슬쩍 묻어난다. 무엇보다 100분 안에 할 바를 다 하는 영화의 호흡이 만족스럽다. 영화는 과감한 압축을 시도하며 속도를 잃지 않는다. 덕분에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 적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체코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을 리메이크했는데 종종 정서적으로 공감가지 않는 과도한 설정을 밀고 나간다. 오프닝에서 의도적으로 연극적이고 과장된 상황을 제시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후 쉽게 납득하고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내 삐걱거릴 여지가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남성들의 시각을 따라가는 만큼 여성 캐릭터들은 기능적으로 배치되거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소재의 한계로 인해 여전히 불편함도 있다. 그럼에도 불륜을 미화하거나 희화화하는 등 단순히 웃음의 도구로 소비하려 하지 않는 태도가 공감의 폭을 넓힌다. 웃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서 제대로 웃길 줄 아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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