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레슬러>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가 된 귀보씨
송경원 2018-05-09

전직 국가대표 레슬러 귀보(유해진)는 촉망받는 레슬러인 아들 성웅(김민재)을 키우는 재미로 산다. 그는 레슬링 체육관을 운영하며 성웅을 지도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한편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메우려 애쓰는 사이 프로 살림꾼이 다 됐다. 성웅은 그런 아버지를 의지하면서도 버거워한다. 한편 성웅은 윗집 이웃이자 소꿉친구인 가영(이성경)을 좋아하고 있다. 어느 날 마음을 굳히고 가영에게 고백을 하려는 순간 뜻밖에 가영으로부터 충격적인 고백을 먼저 듣는다. 귀보씨를 마음에 품고 있던 가영이 새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 것. 점점 삐딱한 행동을 보이는 아들, 당황스런 고백을 하는 친구의 딸 가영, 막무가내로 대시하는 소개팅녀 도나(황우슬혜)로 인해 귀보의 일상은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귀보는 아들에게 자신의 꿈을 맡기고 헌신하는 중년 남성이다. 수더분한 귀보를 모든 여성들이 좋아한다는 설정은 분명 판타지인데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노골적이라 차라리 거부감이 덜하다. 가영, 도나 등 귀보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의 판타지는 시선을 끌기 위한 장치일 뿐 <레슬러>의 초점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갈등에 맺혀 있다.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가 부담되고 참견이 싫지만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멋대로 행동하는 아들이 안타깝지만 역시나 아들을 마음 깊이 사랑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얽매이면서도 진심을 말 못했던 아버지와 아들은 가영이라는 변수를 거치며 감정이 고조된다. 후반부의 드라마는 꽤 설득력 있고 특히 귀보와 귀보의 엄마(나문희)의 에피소드, 신 스틸러로 제 몫을 다한 황우슬혜, 그리고 유해진의 매력 등 재미난 요소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의도와 방법의 불일치로 인해 몇몇 캐릭터, 특히 여성을 기능적으로 소모해버리는 등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