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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순례길> "순례는 타인을 위한 기도의 길이야"

성스러운 도시 라사와 성스러운 산 카일라스(수미산)는 티베트인들에게 언젠가 도달하고 싶은 신들의 땅이다. 니이마는 죽기 전에 한번은 수미산에 가고자 하는 삼촌을 모시고 순례길에 나서기로 한다. 살생을 많이 한 백정, 어린 소녀, 출산을 앞둔 여성 등 각자 기도의 사연을 지닌 11명의 주민이 모여 순례단이 꾸려진다. 영화는 이들이 1년 동안 2500km 넘는 순례의 길을 온몸 바쳐 기도하는 방식의 오체투지로 나아가는 과정을 꿋꿋이 따라간다.

<영혼의 순례길>은 장엄한 길의 영화다. 중국 6세대 감독인 장양은 기교없는 카메라를 통해 기도하고 절하며 성지로 향하는 여정과 광활한 티베트의 풍경을 담아냈다. 영화 형식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에 놓여 있다. 감독은 실제 망캉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순례단을 꾸렸고,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주민들은 그저 순례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여겨 길을 나섰다. 정해진 대본이나 전문배우 없는 순례의 과정을 감독은 그렇게 영화에 담아냈다. 밥 먹고 잠자는 양 순례의 과정은 순박하고 천진스럽다. 이 일상들이 모여 숭고하고 고귀한 경지에 도달하는데, 수미산이란 이러한 보편적 이타성의 장엄한 표상일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힘을 합하고 내리막이면 조금 더 맘이 가볍다. 생명이 길에서 태어나고 신실한 자는 수미산 자락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순례와 함께 영화를 보는 관객도 수미산을 향한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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