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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이의 모험> 내세울 거라곤 튼튼한 것밖에 없는 남자들의 레슬링 도전기
김소미 2018-06-20

영화가 시작하면 불 꺼진 고등학교 교실에 혼자 엎드려 있는 소년이 보인다. 학교 폭력이나 어두운 가정사에 놓인 주인공의 아픔을 예상할 법한 순간에 선생님이 들어와서 충길(김충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방학했어. 집에 가서 자!” 열여덟 충길의 하루는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된다. 충길은 곧장 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혼자서 바닥을 쓸고 닦고 훈련까지 마치는 1인 레슬링팀의 의연한 하루를 보여준다. 레슬링 코치에서 버스기사로 전업한 삼촌 상규(고성완)를 설득한 그는 공사장 막일을 뛰는 동급생 진권(백승환)과 불량서클 블랙타이거의 멤버 혁준(신민재)까지 섭외해 코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전 출전에 호기로운 도전장을 띄운다. ‘튼튼이’는 학벌과 능력, 부와 계급에 취한 한국 사회에서 붙일 수 있는 수식어 중 아마도 가장 하찮고 대수롭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내세울 거라곤 튼튼한 것밖에 없는 이 남자들의 레슬링 도전기는 그래서인지 대체로 우습고 종종 가엾기까지 하다. 충길과 혁준의 엄마는 보이지 않고, 다문화가정의 장남인 진권은 엄마를 필리핀으로 보내주기 위해 돈을 모은다. 헐거운 지반 위에서도 무모함과 뻔뻔함을 잃지 않는 인물들의 천성은 <튼튼이의 모험>에 묘한 정감과 애틋함을 낳는다. 어설픈 슬랩스틱과 맥락 없는 유머는 덤이다. 독립영화의 비전문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싱싱한 장면들 역시 <델타 보이즈>(2016)에 이어 여전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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