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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김소미 2018-08-29

로맨스는 시들해졌어도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만큼은 열렬한 어느 부부가 있다. 대기업 미술관의 부관장인 수연(수애)은 재개관 전을 앞두고 관장 자리를 노리고, 스타 교수 태준(박해일)은 산뜻한 이미지를 내세워 정치권 입성의 꿈을 키운다. 이 엘리트 중산층 부부는 한치 앞이 묘연한 상황 속에서도 아슬아슬하고 달콤한 꿈으로부터 쉽사리 헤어나오지 못한다. 상류사회와 너무도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수록 혈연과 음모로 결탁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농간에 시달리다 못해 서로의 외도 사실까지 교환한 부부는, 어느덧 전에 없던 동지애를 느끼며 관계의 전환점을 맞는다.

<상류사회>는 멜로드라마로 읽었을 때 장점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게 되는 영화다. 서로가 가진 최대치의 속물성을 확인하고도 치부마저 끌어안고 함께 가기로 결심한 관계가 꽤 처연하게 그려진다. 반대로 영화는 제목이 안기는 기대감을 일찌감치 배반하고야 만다. 최상류층의 민낯을 목격하는 즐거움이 소거되어 있는 것이다. 숱한 아침 드라마가 답습한 소위 막장 전개와 아쉬운 만듦새 앞에서 종종 막장의 패러디가 아닌지 고민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전형을 비트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코미디를 택했으나 이 또한 멀리서 보면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익숙한 관점에 머무른다. 무엇보다 변혁 감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배우의 노출을 전면에 내세워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조롱하려 한다. 이번 영화에선 현대미술 작품과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장면을 나란히 놓아두고 더욱 노골적으로 묻는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의 작품에 문제작이나 괴작의 수식어를 붙이긴 어렵다. 일련의 섹스 신과 누드는 선정성 그 자체에 몰두한 카메라로 인해 피로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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