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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포트레이트> 자코메티의 철학과 예술세계
이주현 2018-10-03

1964년 파리. 미국의 젊은 작가 제임스 로드(아미 해머)는 알베르토 자코메티(제프리 러시)에게 초상화 모델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금방 끝난다던 작업은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는다. 자코메티는 초상화를 그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붓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18일 동안 제임스 로드는 괴짜 예술가의 곁을 지키며 작품의 탄생 과정을 함께한다. 더불어 자코메티, 부인 아네트(실비 테스튀), 뮤즈이자 애인인 캐롤린(클레멘스 포시)의 불안한 삼각관계도 가까이서 지켜본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가리키는 남자> <걸어가는 사람> 등 20세기 조형미술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파이널 포트레이트>는 자코메티의 열렬한 팬인 스탠리 투치 감독이 제임스 로드의 회고록 <자코메티의 작업실>을 직접 각색해서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자코메티가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의 짧은 시기만을 보여주지만, 자코메티의 철학과 예술세계는 모자람 없이 담겨 있다. 자코메티의 현현 같은 제프리 러시의 모습, 잿빛 작업실을 흡사하게 꾸민 세트, 자코메티의 유명한 조각 및 회화 작품을 모사한 미술 등 영화의 재현 수준 또한 상당하다. 초상화 모델이 된 아미 해머의 얼굴을 천천히 클로즈업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에선 대상을 모사하되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자 했던 자코메티의 시선을 표현하려는 영화의 집요한 의지가 느껴진다. 치밀하고 섬세한 전기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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