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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장영엽 2018-12-12

<어른이 되면>은 13살이 되던 해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 수용시설에 보내져 가족과 18년간 떨어져 살았던 막내 혜정과 둘째언니 혜영의 동거를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의 연출자인 혜영은 동생 혜정과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신과 혜정의 일상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혜정의 언니가 된다는 건 내가 된다는 걸 포기하는 것이었다”는 혜영의 말대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이 기댈 곳은 많지 않다. 언젠가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에 앞서 언니의 시간을 살기로 결심한 혜영의 선택이 뭉클하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진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시설에 머물던 시절,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을 때마다 혜정은 언니 혜영에게 이렇게 물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혜정이 사는 동안 숱하게 들어왔을 수많은 부정의 표현의 반대말이다. 영화는 자신만의 의지와 취향을 가진 혜정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으며, 그가 해선 안 되는 것보다 어떤 것을 하고 싶을지를 먼저 질문하고 부정의 표현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간다. 커피를 좋아하고, 스티커 사진을 즐겨 찍으며, 춤을 잘 추는 혜정은 이 영화의 리듬을 완성하는 존재다. 연출자와 카메라의 밀접한 거리를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이야기하는, 언니 연출 동생 주연의 시스터후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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