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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무문관> 문이 없는 문을 통과한다
이주현 2018-12-26

산길에 자리 펴고 앉아 떡을 파는 할머니가 수행하러 가는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 점심이란 마음에 점을 찍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금강경에 보면 과거의 마음도 가질 수 없다, 현재의 마음도 가질 수 없다, 미래의 마음도 가질 수 없다 했는데, (지금 점심을 먹는) 스님께선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겠습니까.” 놀란 스님은 냅다 떡값을 치르고 길을 재촉한다. 깨달음을 얻으려고 길을 떠난 수행승들은 이 떡 파는 할머니를 지나 오대산 무문화상이 있는 작은 암자에 도착한다. 해탈의 문이라 불리는 무문(無門)을 통과하기 위해 화상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하나, 화상은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매서운 호통과 죽비를 내리치기 일쑤다.

제목인 ‘선종 무문관’ 혹은 ‘무문관’은 문이 없는 문을 통과한다는 말로, 중국 남송의 선승 무문 혜개가 지은 불서의 이름이다. 영화는 선수행 과정에서 화상과 수행승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선종 무문관 등에서 발췌한 선문답들로 채웠다. 선문답의 뜻은 어렵고, 낯선 불교 용어와 개념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진지하기만 한 건 아니다. 진지한 내용을 가벼운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 새롭다. 단편적이고 과장된 캐릭터, 뜬금없는 이야기 전개 등이 심오한 주제와 끊임없이 충돌하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불교를 소재로 한 ‘극영화’로서의 노림수인가 싶다. 다만 어디서 웃어야 할지 웃음의 포인트를 찾기 힘든 건 영화의 탓이 커 보인다. <>(2010)을 만들었던 윤용진 감독의 두 번째 불교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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