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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는 일곱 할머니
김송희 2019-02-27

시장에서 흥정을 하던 할머니들이 걸음을 멈추고 음식점, 과일 가게의 간판을 소리내 읽는다. 보리촌 식당, 배달 전문, 된장찌개…. 이제 막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즐거운 놀이다. 경상북도 칠곡군 복성2리 마을학교에 모인 할머니들은 1930년대생으로 최고령 언니가 89살 박금분 할머니, 막내인 안윤선 할머니가 83살이다. 여성이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었던 시절에 태어나 결혼을 하고 노동을 하며 글을 모른 채 주름 깊은 할머니가 되었다. 모여서 한글을 배우고, 노래도 하고 가끔 화투도 치는 할머니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자 친구다.

<칠곡 가시나들>은 노년의 인물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흥이 넘치는 영화다.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는 일곱 할머니가 주인공이지만 공부방 바깥 할머니들 일상의 비중도 크다. 남편을 여의고 노동에서 은퇴한 할머니들은 함께 모여서 놀고, 집에 혼자 있을 때에는 고성이 난무하는 일일드라마를 본다. 물론 삐뚤빼뚤 시도 쓴다. “우리 미느리가/ 공부한다고 자꼬 하라칸다/ 시어마이 똑똑하라고 자꼬 하라칸다/ 하라카니까 고맙다”.(<공부>, 등개댁 곽두조) 가수가 꿈이었던 곽두조 할머니가 노래자랑에서 탈락하자 “내 보기엔 언니가 제일 잘했다”고 위로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골목길을 걷는 할머니들의 걸음걸이는 귀엽고도 정겹다. <트루맛쇼>(2011), <쿼바디스>(2014), <미스 프레지던트>(2017)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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