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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예술계 종사자들의 현실
김소미 2019-03-06

<내가 사는 세상>은 청년 세대의 빈곤 중에서도 특히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계 종사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두는 영화다. DJ를 꿈꾸는 민규(곽민규)는 낮에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친한 형인 지홍(박지홍)의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 낮이든 밤이든 근로계약서 한장을 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월급이 덜 들어온 게 분명한데도 기껏 사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덜 들어온 것 같습니다”라고 불확실한 의견인 양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일상. 오래 만난 연인 시은(김시은) 역시 미술학원 입시반 강사로 일하면서 과중한 업무와 부당한 임금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소공녀>(2017), <이월>(2017)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 등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의 초상을 주요하게 다루는 한국 독립영화들이 빈번하게 눈에 띈다. 새롭진 않아도 절대 지겹다고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그래서 어쩌면 더욱 심화된 슬픔이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창작자들의 첫 번째 화두로 채택되는 중이다. 흑백 화면과 원거리 카메라를 통해 건조한 시선을 지향하고 있는 <내가 사는 세상>은 <호명인생>(2008),<그림자도 없다>(2011) 같은 단편영화에서 꾸준히 노동문제를 이야기했던 최창환 감독이 전태일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든 첫 번째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그 태생적 숙명만큼은 무척 뜨겁다. 각박한 환경을 다루면서도 영화가 침잠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청춘영화로서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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