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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위기에 빠진 어벤져스의 희망
임수연 2019-03-13

외계 크리 문명의 수도 할리, 캐롤 댄버스/캡틴 마블(브리 라슨)은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전사다. 그는 멘토 욘 로그(주드 로)로부터 힘을 통제하고 과거의 기억은 묻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변방 행성 토르파에서 스크럴 종족에게 붙잡혀 뇌를 스캔당한 캐롤은 과거 자신이 낯선 행성의 파일럿이었음을 알게 된다. 스크럴을 따돌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C-53 행성, 즉 지구에 불시착한 캐롤은 1989년에 발생한 비행 사고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찾아간다.

<트루 라이즈>(1994)가 비디오 가게에서 인기 있던 1995년이라는 시대 배경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서 처음 등장한 캡틴 마블의 호출기와 <캡틴 마블> 전반의 복고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인터넷 카페, 윈도95 등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기자기한 장치는 물론, 형태변환 기술을 갖고 있어 누구로도 변신 가능한 스크럴과의 초·중반 액션은 과거 오락영화 스타일 그대로다. 그리고 <캡틴 마블>은 주연배우 브리 라슨이 강조한 것처럼, 다음 세대 여성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다. 한계와 통제를 극복하고 온전히 힘을 발휘하는 시퀀스는 통째로 “여성은 감정적”이라거나 “여성은 약하다”는 유리천장을 부수는 일과 물 흐르듯 병치된다. 과거를 추적하는 데 핵심적인 존재인 슈프림 인텔리전스(아네트 베닝)부터 옛 친구 마리아(라샤나 린치)까지, 주요 배역에 여성을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남성의 가스라이팅(가해·피해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을 극복하고 그의 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식의 페미니즘적 각성이 슈퍼히어로물의 신선한 서사로 승화되면서, 정치적 공정성이 오락영화의 재미를 깎아먹는다는 실체 없는 비난에 응수한다. 지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취한 입장에 비할 때 난민 이슈에 과감한 태도를 보여준 것 역시 인상적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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