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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평등을 위해 싸운 챔피언
김소미 2019-03-27

왜 비슷한 업적을 이루고도 여성 위인은 남성 위인에 비해 훨씬 덜 인정받고 덜 알려질까? 1993년 임명돼 현재까지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새삼 떠오른 생각이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는 1933년 생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겪은 굴곡진 세월을 비추면서, 젊은 시절부터 변함없이 미국의 불합리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궤적을 차분하고 힘 있게 담아낸다. 미투 시대에 시의적절하게 등장한 성차별 투쟁의 기록이자 활력 넘치는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다.

긴즈버그는 1950년에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는데, 남자들의 자리를 쓸데없이 빼앗은 여자로 취급당하기 일쑤였다. 교수들은 문답식 수업에서 여학생에게 질문조차 하지 않았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할 때도 로펌은 그녀보다 성적이 낮은 남학생을 스카우트했다. 영화는 긴즈버그가 여성을 위축시키는 환경에 결코 굴하지 않고,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 마티 긴즈버그를 만나 학업과 일, 육아를 병행하는 강행군을 따라간다. 1960~70년대부터 변호사로 명성을 떨친 그녀는 임신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여성, 남성 동료와 모든 조건이 같은데도 동등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 공군 등의 재판에서 승소하며 실질적인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성차별,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약자와 소수자 편에서 싸워온 단호하고 일관된 이력이 85살의 그녀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다. 긴즈버그의 성취 자체는 보통 사람에게 예외적인 것일지 몰라도, 덜 분노하고 더 싸우겠다는 현명한 의지만큼은 명징하게 각인된다. “여성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목을 밟고 있는 발을 치워달라는 것뿐입니다”라는 영화 초반의 연설처럼, 긴즈버그의 힘 있는 연설 장면도 효과적으로 삽입돼 있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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