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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위 워 솔저스
2002-04-30

시사실/ 위 워 솔저스

■ Story

미국과 베트남의 전면전을 눈앞에 둔 1965년 11월, 할 무어 중령(멜 깁슨)은 베트남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신형 헬기를 시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시험지역은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군대가 몰살당했던 아이드랑 계곡. 무어는 395명의 젊은 군인들을 이끌고 험준한 계곡에 들어간 뒤 곧 다섯배나 되는 적군에 둘러싸인다. 종군 기자 갤러웨이(베리 페퍼)는 총탄과 물이 떨어진 채 절망적으로 싸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경악한다.

■ Review 이 영화의 원작을 쓴 무어와 갤러웨이는 책 서두에서 자신들이 직접 참가했던 전쟁을 안타깝게 변호했다. 그들은 “할리우드는 우리 형제들의 뼈에 정치적으로 비틀린 칼날을 들이댔고, 죽은 이들은 잊혀졌다”고 탄식했다. 미군이 최초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 전투. 헬기만이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그 참혹한 전투를 직접 겪은 두 사람은 아마 그들을 베트남으로 보낸 사람들보단 그들을 잊은 사람들이 더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미군이든 베트콩이든 수백명의 용감한 젊은이가 서로를 죽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 랜달 월레스는 원작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의 그런 점에 매혹됐다.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그 책을 읽은 월레스는 이것이 베트남 전쟁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그는 곧 왜곡을 두려워한 무어와 갤러웨이를 설득했고, 판권을 따냈고, 주연배우와 제작사를 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총탄 앞에 노출된 군인들의 공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일이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근교에 베트남의 풀과 나무를 심어 만든 계곡 근처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멀찌감치 배치했다. 서로 고립된 채 죽어가는 미군들과 산꼭대기에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베트콩 부대는 누구도 오픈 세트라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다.

<위 워 솔저스>는 누군가에 의해 사지(死地)로 보내진 군인들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감독과 주연이 믿는 대로 뭔가 다른 전쟁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곧 새롭다거나 올바르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영화의 마지막, 산더미처럼 쌓인 베트콩의 시체를 보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순간일 뿐이다. 가엾은 미군을 향해 홍수처럼 밀려드는 베트콩은 원인과 결과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다. 군인 개개인의 사연을 기억하는 이 영화는 베트콩 역시 누군가의 아들들이라는 사실만은 아주 오래 잊고 있다. 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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