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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스파이더 맨
2002-04-30

시사실/스파이더맨

■ Story

고등학교 졸업반인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10대 아이. 그는 어릴 때부터 이웃에서 자랐던 여자친구 MJ(커스틴 던스트)를 짝사랑하지만,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학생인 그녀가 ‘왕따’ 수준인 피터를 눈여겨볼 리는 만무한 일. 어느 날 컬럼비아대학을 견학갔다 슈퍼거미에게 물린 피터는 자신이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된 것을 알게 된다. 그저 MJ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슈퍼 파워를 사용하던 피터는 삼촌의 죽음 뒤 ‘큰힘에 대한 큰 책임’을 지기로 마음먹는다.

■ Review 날아오는 주먹을 똑바로 보고 몸을 피할 수 있는 놀라운 반사신경, 상대방을 붕 날려버릴 수 있는 파워, 투시력에 가까울 정도로 밝은 눈,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 수 있는 민첩성, 그리고 무엇보다 죽죽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미줄을 이용한 ‘비행’ 능력. 이것이 2002년 여름 시즌 개막을 알리며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스파이더맨의 ‘기본사양’이다.

이 영웅의 본색은 슈퍼맨이나 배트맨, 엑스맨의 그것과는 자못 다르다. 그는 음침한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10대 청춘인데다,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보다는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더 신경을 쓰는 평범한 소년이다. 자신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가 벌이는 일이라곤, MJ의 식판을 받아주거나 자동차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내기 레슬링 경기에 참여하는 것 정도다. <배트맨> <엑스맨> 시리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 확실시되는 초대형 프랜차이즈의 서곡 <스파이더맨>의 매력은 이런 데 있다.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을 신화화하지 않는다. 피터가 정의를 위해 힘을 발휘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큰힘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진 삼촌에 대한 자책감 때문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품은 채 성인들의 사회로 편입하려던 그에게 악당들을 물리치고,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조한다는 사명은 ‘직업선택’과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이 영화를 피터가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면서 성숙하는 과정을 그리는 성장영화로 보더라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샘 레이미 감독은 블록버스터의 단선로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지만 <이블 데드>나 <크라임 웨이브>에서와 같은 전복성도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중력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 사이를 붕붕 날아다니며 신나게 선행을 벌이는 스파이더맨에게 눈살을 찌푸릴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항상 “저는 여러분의 친절한 이웃입니다”라고 말하는 이 건실한 영웅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문석 ssoo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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