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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평범한 사람 8명
김성훈 2019-05-15

지난 2008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역사적인 재판을 맡은 재판장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직한 김준겸 판사(문소리)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평범한 사람 8명이 배심원으로 선정됐다. 개인회생이 급한 청년 창업가인 남우(박형식)를 포함해 뒤늦게 로스쿨에 진학한 법대생 그림(백수장),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려는 요양보호사 춘옥(김미경), 재판보다 일당에 관심이 많다가 점점 재판에 집중하는 단역배우 진식(윤경호),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40대 주부 상미(서정연), 재판이 익숙해 보이는 대기업 비서실장인 영재(조한철), 30년 동안 시체 닦는 일을 한 기백(김홍파), 취업 준비생 수정(조수향)이 그들이다. 배심원 8명이 지켜보는 사건은 피고인이 자백했고, 증거도 나왔으며,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나온 존속살해사건이다. 양형만 결정하면 되는데 남우를 포함한 배심원들이 경찰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판은 유무죄를 다투게 된다.

<배심원들>은 검사와 변호사가 자신의 손에 쥔 증거들을 끄집어내며 법정 공방을 치열하게 벌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구형할 때 쾌감이 큰 법정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판결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배심원들이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와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판의 향방이 변화하는 이야기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배심원을 따라가는 영화 속 재판은 친절하고 경쾌하다. 성격도, 재판을 임하는 태도도 제각각인 8명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때로는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주고,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원칙에 충실하지만 관성에 따라 일을 해오던 김준겸 판사가 이들이 일으킨 작은 물결에 눈떠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는 김준겸 판사의 대사가 마음 깊이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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