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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흐릿하게 사라질게요. 전 떠납니다”
김성훈 2019-05-29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자신을 이끈 건 세 가지였다고 말한다. 그것은 영감과 창작 그리고 공유이다. 이 영화는 한 공연장에서 진행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정리한 다큐멘터리다. <얀코 삼촌>(1967), <방랑자>(1984) 등 20세기 작품들부터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2000),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등 21세기 작품들까지 전작의 영감, 창작, 공유를 되짚어보며,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비주얼 아티스트였던 바르다의 세계를 펼쳐낸다.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전작을 생생하게 복기한다. 영감을 받아 하루 반나절 만에 찍은 뒤 차분하게 편집했고(<얀코 삼촌>), 픽션인데도 다큐멘터리적 요소를 집어넣는 걸 좋아해 배우를 파리 시내 한복판을 계속 걷게 했으며(<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자크 드미와 함께 미국 LA로 건너갔던 시절 인종차별 반대운동과 여성해방을 부르짖은 흑인운동단체 ‘블랙팬서’를 따라다니며 카메라에 담아냈다(<블랙팬서>(1968)). 바르다의 세계는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매체의 경계를 넘어서 더욱 확장됐다. 35mm 필름 릴을 재활용해 오두막집을 만들고 (<The Cinema Shacks>), 화면 세개를 활용해 감자의 여러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Patatutopia>). 그의 작품들을 따라가보면 “흐릿하게 사라질게요. 전 떠납니다”라는 그녀의 마지막 인사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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