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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이보다 더 고전적인 살인 미스터리의 세팅이 또 있을까
김소미 2019-12-04

오락영화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공개 당시 호평 일색의 반응을 자아낸 <나이브스 아웃>은 영리한 각본과 공들인 미장센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충직한 후계자를 자처하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는, 종종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뉘앙스를 풍기며 추리 장르 팬들에게 즐거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사건은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인 작가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자신의 85살 생일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된다. 외딴 저택에 모인 할란의 간병인과 자식 내외, 그리고 3세들은 유산 상속을 놓고 대거 혼란에 빠지는데, 이들 사이를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이 헤집고 다니면서 각자의 살해 동기와 알리바이를 겨눈다. 초상화, 벽난로, 골동품이 가득한 화려한 고딕풍 저택에 갇힌 여러 명의 용의자들. 유머와 패션 센스를 갖춘 언변능숙형의 주인공 탐정까지. 이보다 더 고전적인 살인 미스터리의 세팅이 또 있을까. 영화는 이 오래된 무대 위로 트럼프 시대의 계급의식과 반이민 정책의 민낯을 공명시킨다. 흠잡을 데 없는 외피와 그 아래 꼼꼼히 설계된 내러티브가 포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첨예한 지적 유희보다는, 추리 서사를 이정표대로 이끄는 노련한 스토리텔링의 기량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이브스 아웃>은 안내자인 브누아 블랑의 자아도취만큼이나 깊숙이, 그리고 실패 없이 관객을 장르적 쾌감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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