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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변해버린 공간 ‘이태원’을 기억한다
이나경 2019-12-04

미군부대 근처에 위치해 달러가 지배하던 과거의 이태원에서부터 미군 감축과 기지 이전의 움직임으로 쇠퇴하던 2000년대 초반의 이태원, 상권이 호황을 이루며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 된 현재의 이태원까지. <이태원>은 1970년대부터 이태원에서 살아온 삼숙, 나키, 영화라는 세 여성의 일생을 좇으며, 변해버린 공간 ‘이태원’을 기억한다. 삼숙은 40여년 전 면세 클럽 그랜드올아프리를 사들여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시간이 허무하다고 말한다. 나키는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 후 미군 클럽의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이태원에 터를 잡았다. 미군과 결혼했던 영화는 미국에서 1년 만에 돌아와 조카를 돌보고 있는데, 아이의 학교 문제로 이태원을 떠날 수 없다. 세 사람의 사적인 기억은 개인의 사유인 동시에 이태원이라는 고유한 공간의 역사가 된다. 짙은 한숨, 멍한 표정, 끊어진 말 사이의 공백 등 침묵의 순간들마저 세심하게 포착하며 이들의 삶의 궤적을 묵묵히 응시하는 카메라는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는다. 90년대 후반 강남 재개발 바람을 다룬 <모래>(2011), 오랜 기간 꾸려온 동네 미용실을 떠나야 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진주머리방>(2015), 광장 속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담은 <시국페미>(2017) 등 여성의 삶과 변화하는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보인 강유가람 감독의 연출작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물과 풍경을 어루만지는 따스한 시선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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