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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마르티나
2002-05-07

시사실/마르티나

■ Story

스페인 해안도시에 교사로 부임한 우리시즈(조르디 몰라)는 마르티나(레오노르 발팅)라는 여성을 만난다. 둘은 처음 만나자마자 정열적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마르티나는 우리시즈가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의 매력에 빠져 시에라(에두아르드 페르난데즈)의 청혼과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시즈와 결혼한다. 어느 날, 바다에 혼자 배를 타고 나갔던 우리시즈가 행방불명되고 사람들은 그가 사망했다고 결론짓는다. 마르티나는 그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시에라와 재혼한다. 7년뒤 우리시즈가 돌아온다.

■ Review 이런 남자가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애인에겐 한없이 자상하다. 그가 주로 애용하는 레퍼토리는 신화의 세계를 들려주는 것. 오묘한 이야기 솜씨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다. 음악에 대한 식견도 탁월하다. 킹 크림슨의 오래된 실내악을 들려주면서 여인에게 “당신에게 이 곡을 꼭 들려주고 싶었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매력이 넘친다. 이 남자와 커플이 되는 여성 또한 남부럽지 않다. 뛰어난 외모에 헌신적인 태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 뭔가 애틋한 로맨스가 피어날 법하다. 하지만 <마르티나>에서 정제된 멜로의 세계를 발견하려고 한다면 오산이다. 매력남과 매력녀가 나온다고 만사쾌조일 리는 없다.

<마르티나>의 감독은 비가스 루나. <하몽하몽>과 <달과 꼭지>를 봤던 사람이라면 비가스 루나의 재능을 기억할 것이다. 동화적 상상력, 그리고 여체에 대한 신성화에 힘입은 비가스 루나의 초기작은 신선했다. <마르티나>에도 전작의 흔적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모티브를 군데군데 뒤섞고, 성적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읽는’ 재미를 권한다. 그런데 중반부터 영화는 사정없이 삐걱거린다. 홀연히 사라졌던 남편의 귀향, 그와 재혼한 부인의 일탈적 사랑, 또 어디론가 떠났다가 두 사람이 재앙을 맞는 결말까지 극의 서사는 아리송한 구석이 있다. 논리적인 구조에 허점이 있다기보다 좀더 근원적인 문제는 아닐는지.

비가스 루나는 여기서 오로지 여체의 신비만을 강조한다. <마르티나>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물론, 아름답다. 그녀가 팬티만 달랑 걸치고 침대 위에서 혼자 뒹굴 때, 수영복을 입고 정원을 거닐 때, 우리는 마르티나의 눈부신 육체를 훔쳐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여성이 보여주는 태도와 행동은 꽤나 전근대적이다. 스스로의 의지 대신, 남자의 의사를 묵묵히 따르고 그들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별 고민없이 받아들인다. 당연히 마르티나의 풍만한 몸매에 비해 드라마는 뼈대가 앙상하고 볼품없다. <마르티나>는 실수로 감독 크레딧을 챙겨보지 못했다면, 눈요기용 소프트 포르노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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