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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역사적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클래식의 등장
김소미 2020-10-27

역사적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클래식의 등장이다. <마틴 에덴>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등 이탈리아 영화의 정수를 환기하는 동시에 확장을 꿈꾼다. 정규교육이라곤 받은 적 없은 선박 노동자 마틴(루카 마리넬리)은 어느 날 항구에서 상류층 자제를 구해주면서 그의 여동생 엘레나(제시카 크레시)와 사랑에 빠진다. 엘레나와 교류하며 자신의 무지에 수치심을 느끼기 시작한 마틴은 어느덧 학구열을 불태우며 자기 안의 작가적 소명을 따라간다.

극심한 가난과 함께 등단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긴 세월이 20세기 초반의 격동과 비스듬히 동행하는 사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부딪히고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운다. 미국 작가 잭 런던이 1909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가 미국 오클랜드의 이야기를 이탈리아 나폴리로 옮겼다.

20세기 초를 그리되 1970~80년대까지 흡수한 시대 초월적인 미장센,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논픽션 기록 영상이 콜라주에 가깝게 배치되며 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에 휘감긴 순박한 매력의 뱃사람에게서 괴물 같은 자의식에 시름하는 유명 작가가 되기까지 한 남자의 감정과 관념을 펼쳐내는 탐미적인 몽타주로 오래 기억될 영화다. 고통을 연료 삼아 살아가는 예술가를 연기하며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배우 루카 마리넬리의 존재감 또한 압도적이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경쟁부문 감독상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플랫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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