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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규환' 캐릭터의 힘으로 웃음과 애틋함을 동시에 견인하는 영화
김소미 2020-11-10

욕구에 솔직했던 그날 밤 이후, 사건은 무려 5개월이 지나서야 고백된다. 과외선생님과 고등학생 제자로 만난 토일(정수정)과 호훈(신재휘)은 임신 5개월차에 이르러 양가 부모를 찾는다. 커다란 옷을 벗어던지자 이미 안정적인 임신부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딸 앞에서 교사 커플인 토일의 부모가 사색이 된 반면, 레게 문화에 심취한 듯한 호훈의 부모는 당혹스러우리만치 낙관적이다.

영화가 임신 사실을 알아챈 주인공의 충격과 혼란을 가뿐히 건너뛰고, 양가 부모의 반응부터 담아낸 데는 이유가 있다. 나이 어린 부모의 좌충우돌기보다는 임신과 결혼 발표를 매개로 드러나는 가족의 의미에 집중하는 <애비규환>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나선 토일의 여정에 관객이 기꺼이 동참하도록 이끈다. 이혼 후 어려움을 딛고 새 가정을 꾸렸던 엄마 선명(장혜진)과 15년 넘게 친아빠를 대신하기 위해 애써온 태효(최덕문)는 아직 그 마음을 알 길이 없고, 자기 뿌리를 찾으러 고향인 대구로 떠났던 토일은 뜻밖의 결과를 품고 집으로 돌아온다.

최하나 감독의 데뷔작인 <애비규환>은 캐릭터의 힘으로 웃음과 애틋함을 동시에 견인하는 영화다. 폭력이나 악행 없이 저마다의 최선을 고민하는 인물들이 선한 세계를 완성해나간다. 대사의 말맛에 집중한 코미디가 따뜻한 드라마와 들뜸 없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스크린에서 첫 주연작을 선보이는 배우 정수정 역시 미더운 주인공의 면모를 잃지 않는다. 장혜진, 최덕문, 강말금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기성세대를 연기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만족스럽다. 다만 장면 구성과 편집에 있어 다소 산만한 인상을 주며 영화적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타일보다는 이야기의 정서와 배우들의 매력에 집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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