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영화 '노바디' <고질라 VS. 콩>을 누르고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작품
배동미 2021-04-06

아침 일찍 일어나 쓰레기를 버리고 가볍게 러닝을 한 뒤 가족을 위한 아침 식사를 차리고 출근하는 삶. 중년 남성 허치 맨셀(밥 오든커크)의 삶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이를 지키기란 꽤나 어려운 일이다. 허치는 간발의 차로 쓰레기차를 놓치곤 하는데, 본의 아니게 몇번이나 놓치기를 반복한다. 그럴 때 눈치 빠른 아내가 “오늘도 쓰레기차를 놓쳤지?”라고 슬며시 짚으면 허치는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참을 수 없다.

흔히 평범하게 사는 게 속 편하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전직 FBI 요원인 허치의 경우 아슬아슬하게 평범한 삶을 유지하는 쪽보다 시원하게 액션 실력을 발휘하는 쪽이 훨씬 더 경쾌하고 즐겁다. 허치의 본능은 집에 침입한 2인조 좀도둑에 의해 불이 켜진다. 그리고 그 본능은 더 큰 폭력으로 허치를 이끄는데, 좀도둑이나 동네 불량배들과 싸우던 허치는 급기야 러시아 조직 폭력배와 맞붙기 시작한다.

할리우드영화들은 폭력과 액션 신의 쾌감을 선사하면서도 폭력의 동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폭력의 동기보다 액션 그 자체가 순수한 목적인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테이큰> <존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노바디>는 이들 작품과 나란히 놓일 영화다. 허치가 처음으로 자신의 본능에 따라 2인조 좀도둑을 찾아가서 한 요구는 딸의 ‘야옹이 팔찌’를 내놓으라는 것. 궁색한 변명이지만 <노바디>는 폭력의 동기보다는 폭력 그 자체를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는 점에서 이는 특별히 영화의 단점이 되지 않는다. 폭력의 동기는 비현실적이되 폭력의 재현은 지극히 사실적일 것. 반려견에 의해 추동된 액션영화 <존 윅>을 의식한 <노바디>의 ‘야옹이 팔찌’ 유머에 한번 탑승한 관객이라면, 뒤이은 타격감 넘치는 액션 신에 몸을 내맡기게 될 것이다.

<노바디>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주연배우인 밥 오든커크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오든커크는 집에 도둑이 침입하는 사건을 두 차례 겪었는데, 당시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있었다고 한다. 오든커크는 도둑과 직접 맞서지 않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때 자신이 도둑과 맞서야 했나 고민했다고. 당시 출동한 경찰의 말이 그런 그에게 기름을 부었던 탓도 있다. 경찰은 오든커크에게 “옳은 일을 하신 겁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도 옳은 일을 하신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그가 가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폭력을 휘두를 줄도 알아야 한다는 어떤 강박에 붙들리도록 만들었다. 오든커크에게 모종의 상처를 남긴 이때의 경험은 <노바디>의 서사에 그대로 녹아들었고, 당시 경찰이 한 말은 극중 대사로 재탄생했다. <노바디>의 허치는 바깥에서 안으로 침범해오는 위험에 맞서기 위해 내부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더 나아가 외부의 위험까지도 폭력으로 잠재운다.

오든커크의 경험이 싹을 틔운 <노바디>는 <존 윅> 시리즈를 쓴 데렉 콜스태드의 각본으로 구체화됐다. 러시아 액션영화 <하드코어 헨리>로 유명한 신예감독 일리야 나이슐러가 연출을 맡아 스타일리시한 룩과 묵직한 러시아인 빌런을 더했다. 현재 <노바디>는 <고질라 VS. 콩>을 누르고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다. 고질라와 킹콩의 싸움이란 영화적 판타지보다 평범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능력자라는 상상이 더 화끈한 상상이라는 방증 아닐까. 확실한 점은 <노바디>의 액션만큼은 끝내준다는 것이다.

CHECK POINT

밥 오든커크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활약한 밥 오든커크는 본래 코미디 배우였다. 그의 전성기를 만들어준 작품은 <AMC>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고약한 변호사 지미 맥길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베터 콜 사울>까지 출연하게 됐다.

레퍼런스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은 <노바디>를 준비하면서 주연배우 밥 오든커크에게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보라고 추천했다. <달콤한 인생> 특유의 날것의 폭력과 액션 장면이 <노바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

<노바디>의 모든 것, 액션

<노바디>는 좁은 통로, 주방, 버스 등에서 격렬하고 빠른 액션 신을 선보인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액션 신을 소화해야 했던 오든커크는 무려 2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복잡한 액션 순서를 외우기 위해 수많은 연습 문제를 풀고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