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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십개월의 미래' 예기치 않은 임신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김성훈 2021-10-13

만성 숙취인 줄 알았는데 벌써 임신 10주째다. 29살 게임 회사 개발자인 미래(최성은)는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인해 무척 당황스럽다. 산부인과에 가도, 임신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도, 남자 친구인 윤호(서영주)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아도, 상견례를 가도 어느 누구도 자신의 혼란감을 속시원하게 해소해주지 못한다. 출산은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미래가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안 출산 예정일은 점점 다가온다.

<십개월의 미래>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여성의 심리를 세세하게 그려낸다. 임신과 결혼 때문에 가정과 사회에서 언제, 어떻게 사라지고 정체될지 모른다는 공포심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감정이다. 영화는 미래가 겪는 외로움과 불안감을 단순히 내면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남성 중심의 한국 사회와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미래가 다니는 게임 회사 사장이 “항상 함께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미래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정색하는 모습도 어디까지나 ‘임신하지 않은 여성’을 업무 동료로 인정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태어날 아이와 미래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돼지농장에 일하러 가는 채식주의자 윤호를 통해 가부장제에서 남성이 겪는 심리적 고뇌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세상의 끝>(2007), <최악의 친구들>(2009), <남자들>(2013), <여담들>(2020) 등 여러 단편영화를 연출했던 남궁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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