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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생활의 단면을 영상언어로 섬세하게 버려내다
남선우 2021-10-27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시네마 에세이’라는 수식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영화는 끈덕진 생활의 단면을 섬세한 영상언어로 벼려낸다. 카메라의 초점이 꽂힌 대상은 어머니. 단편 <당신에 대하여>로 한 차례 어머니를 조명한 신동민 감독은 첫 장편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에서도 어머니를 들여다본다. 실제 신동민 감독의 어머니 김혜정이 출연해 배우로서 아들과 호흡을 맞췄다.

영상으로 쓰인 산문은 세개의 장으로 나뉜다. 첫장 ‘군산행’에서 혜정(김혜정)은 군대를 간 작은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어머니의 말을 받아 적는 건 큰아들 동민(신정웅)이다. 그는 둘째 장 ‘태평 산부인과’에서도 술 취한 어머니의 호출을 받는다. 이때 어머니 혜정은 배우 노윤정의 얼굴로 바뀌어 있다. 마지막 장 ‘희망을 찾아서’에서 어머니는 다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맞닥뜨린다. 그는 투병과 업무, 가족과 친구 틈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잊지 않는다. 시점과 시선을 미세하게 교란하며 형식적으로 흥미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순간순간 각별한 드라마 또한 선사한다. 가수 정훈희가 부른 <안개>의 가사에서 제목을 따온 만큼 영화에서 오래된 가요가 들리는 장면들이 유독 애틋하게 각인된다. 전반적으로 감정을 절제한 연출과 차분한 호흡이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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