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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시네마] '사내맞선' 클리셰에 설레다

요즘 웃음과 설렘을 빚지고 있는 SBS <사내맞선>은 로맨스 장르의 관습과 클리셰를 싹 긁어모은 드라마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의 안락함을 즐기는 한편, 익숙한 대사와 공식 같은 장면들이 전과 다르게 읽히는 때가 있어서 종종 자세를 고쳐 앉는다. 주인공 신하리(김세정)와 절친 진영서(설인아)가 이웃 남자가 선물한 조명 안에서 카메라를 발견하는 사건. 하리의 맞선남인 강태무(안효섭)는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을 불법 촬영범을 해고하고자 그가 다니는 회사를 인수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아 소송을 진행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한 5, 6년 전이라면 통쾌하고 짜릿했을 그 말에 오늘의 나는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그럼 건드려도 되는 사람이 따로 있어?’

태무의 비서 차성훈(김민규)이 “몰카에 찍혀 낙인찍힌 채 살아갈 피해자 입장”을 말할 때는 알아줘서 고맙긴커녕 불법 촬영 피해를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이해하는 남성을 마주할 때의 쓴웃음이 번진다. 이는 현실에서 선의와 애정을 나누는 남성과 대화할 때도 자주 복장 터지는 지점이라, 잘 조형한 두 가지 타입의 로맨스 남주들을 보며 ‘애썼지만 틀렸다. 뭘 안다고 깝죽거리지?’ 토를 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사람에게도 빡칠 수 있지. 안될 게 뭐야.’

태무가 하리에게 옷을 선물하는 것도 장르 안에서 수없이 반복된 상황. 남성이 옷을 갈아입고 나타난 여성을 보고 새삼 반하는 공식을 착실하게 따르면서도 팔을 들어 올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작게 만들어진 여성복에 문제점과 불편을 느끼는 하리의 입장으로 포커스를 옮겨간다. 꽉 닫히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클리셰가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등장인물과 극 바깥의 시청자가 나름의 리액션을 내놓을 수 있는 길을 터놓는 셈. 우리고 또 우린 사골국 같은 클리셰를 2022년 대중에게 파는 이들의 기술력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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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블유 속 설지환의 캐막장 드라마 ‘장모님이 왜 그럴까’ 모음집> / tvN 유튜브

<사내맞선>의 스토리라인과 교차하는 일일 드라마 ‘굳세어라 금희야’를 시청하던 태무의 할아버지 강다구 회장(이덕화)은 “무슨 재벌가가 돈가스 체인점에서 상견례를 하냐”고 웃는데 그에게는 하리네 치킨집 상견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극중극인 ‘장모님이 왜 그럴까’는 본편보다 더 궁금하고 기다려질 정도로 탄탄한 막장이었다.

<로맨틱 코미디> / 왓챠

사랑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사랑했으니까 문제는 더 잘 보인다. 로맨틱 코미디는 줄곧 폄훼되어왔고 그 소비자가 생각 없는 사람 취급당할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다. 고전부터 최근작까지 100편이 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클립을 이어 붙인 엘리자베스 생키 감독의 자기반성적이고 애정이 듬뿍 담긴 다큐멘터리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장르의 관습과 캐릭터의 전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짚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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