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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임씨를 부탁해' 신파의 눈물보다 능청스러운 웃음이 약이 될 때
이보라 2022-04-13

대구에 사는 정말임 여사(김영옥)는 누구에게도 말발이 뒤지지 않는 정정한 할머니다. 베개 밑에 식칼을 두고 잘 정도로 ‘옛날 사람’인 그는 외아들 종욱(김영민)과 며느리 유진(김혜나)의 염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도 잘 지낸다. 하지만 자신감도 잠시, 종욱이 대구에 오기로 한 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말임은 골절상을 입는다. 이 일로 말임은 갑자기 섬망 증세를 보이고, 그런 어머니가 걱정된 종욱은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에게 말임을 돌보게 한다. 하지만 말임은 능청스럽고 살가운 미선이 어딘가 못마땅하다. 돈을 들여가며 집에 사람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불편한 말임은 자꾸만 미선을 내쫓으려 한다.

박경목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 <말임씨를 부탁해>는 여러모로 익숙한 방식의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고령화사회에 당면한 부양과 보험 등 실질적인 문제를 짚는 한편, 미선을 통해 가족의 색다른 존재 방식도 선보인다. 집에 설치된 홈 카메라,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다단계 의료기 등 한국에 살며 이따금 목격할 법한 상황들이 나열되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서사를 전개하거나 인물들의 관계를 조율하는 방식은 다소 헐겁지만, 노인 중심의 이야기가 자주 지니는 통속극의 정서를 예상보다 벗어나는 측면이 엿보인다. 65년째 연기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영옥이 데뷔 이래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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